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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아 Jul 02. 2020

내 시간 속의 '수학여행'

나의 일상, 나의 생각

수학여행에 대하여   


  

오늘 아침, 학교에 데려다준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에게 전화가 오면 긴장을 해야 하는 본인이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통화를 시작했다.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학여행이었다. 그리고 본인은 전날 학교에서 전체 메시지로 날아온 수학여행 공지가 생각났다.     


“응, 아들. 아들은 수학여행 안 갈 거야. 응, 안가.”     


아들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았다며 끊었다. 1분이나 지났을까. 아니나 다를까, 담임 선생님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어제 OO 이에게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을 보냈는데 보여드리지 않은 것 같아서요. 수학여행 참가, 불참가...”

“아, 네. 선생님, OO 이는 수학여행 비참 가요.”

“네, 알겠습니다.”     


본인의 아들은 남들보다 특별한 아이다. 뭐가 잘나서 특별하냐,라고 한다면 그런 말이 아니라고 하겠다. 본인의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다. 그래서 수학여행도 가지 않는다.   

  

중학교 때는 수학여행을 갔다. 야영도 갔다.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남자 선생님이시기도 했고, 같은 학년에 아이들이 여럿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같은 학년에 아들을 포함해서 달랑 2명인데, 다른 아이의 부모가 수학여행에 보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 아직 코로나 19에 대한 위험이 사그라들지도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수학여행에 대한 말을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기에 몇백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제주도를 간다거나 다른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반대다.          




수학여행이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오늘은 수학여행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전, 본인이 지내왔던 시간 속의 수학여행 말이다.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때의 수학여행, 그리고 고등학교 때의 수학여행.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학교 때의 수학여행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크나큰 일이 없어서일까.    

      

초등학교 때의 수학여행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 엄마가 주었던 용돈을 수학여행에 가자마자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5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되지 못했다.     


엄마는 본인에게 용돈을 주며 꼭, 아껴 쓰고 남겨오라고 말했다. 본인은 엄마의 말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엄마를 무척이나 무서워했다.(이 이유에 대해서도 언젠가 말할 날이 있으면 좋겠다.)     


어쨌든, 돈을 잃어버렸고 본인은 패닉에 빠졌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었다. 2만 원 정도를 빌려서 남았다고 가져다 주기로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갚지도 못할 돈이었는데 혼날 생각에 무서워 저지른 무모한 짓이었다.      


결과는 모든 것이 들통났고, 결국 혼났던 걸로 기억한다. 이래저래 혼날 거 그냥 혼났어야 하는데...;;; 하지만 다혈질에 가까운 엄마였기에 혼나는 것은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 숨기고 거짓말을 했었다.    


      

다음으로 기억하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수학여행 자체가 그렇게 즐겁고 신나고 잊지 못할 기억만이 가득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학여행 기간의 일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본인이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렇다.      


본인의 부모님은 가게를 하셨다. 그러다 본인이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가게가 망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은 좀 암울했다. 나중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살기도 했었다. 쨌든. 그래서 사실, 수학여행은 못 가겠거니...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수학여행 비용을 가져오셨다. 그러면서 “그래도 수학여행은 가야지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해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엄마가 옆에서 ‘그래도 딸내미 수학여행 간다고 챙기기는...’하고 말하던 것도 기억한다. 물론, 본인은 어렸고 집안이 어려워도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같이 갈 수 있다는 것만이 좋았다.           


수학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 두 가지 일화만이 생각난다. 좋은 기억도 아닌데 왜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서 계속 떠오르는 것일까.



다시 아들의 수학여행으로 돌아오자면... 아들은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대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가 된다. 이를테면, 특수교육 담당 선생님이 다른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과 같이 당일치기 여행을 준비한다고 하였다.


다른 아이들 다 가는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상황인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하지만 사실, 다른 아이들의 수학여행도 100%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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