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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아 Jul 08. 2020

결혼 20년, 요리 안 하기

나의 일상, 나의 생각

 결혼 20년, 요리 안 하기.          



어느새 결혼 생활 20년이다. 20년, 이렇게 말하고 보니 되게 오래 살았다. 남편과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살았나 싶은데, 그냥 그렇게 되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20년이다.   

  

난 이제 부엌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설거지나 하고, 밥이나 하고... 하지만 반찬은 만들지 않는다. 어쩌다 찌개나 끓이고... 그마저도 사다 끓인다.  

    

요즘은 먹을거리가 참 잘 나온다. 반찬류도 잘 만들어져 나오고, 찌개류도 물만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되도록 다 준비가 되어 나온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전화 한 통으로 반찬을 집에 배달시킬 수도 있다. 정말 편한 세상이 되었다.          



신혼 초. 국이며 반찬이며 어떻게든 내 손으로 만들어보려고 애쓰던 때가 있었다. 결혼하자마자 애를 낳았기 때문에, 애를 키우면서 신혼을 보내는 시기였다. 그랬기에 내겐 더 힘든 시기였다. 다행히 남편은 그때나 지금이나 반찬 투정 같은 건 없다. 주는 대로 먹는 사람이다. 아마도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더 게을러진 것일지도 모르겠다.(남 탓하기?)     


시간이 지나면서 게을러져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단순 귀찮아서, 요리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은 어느새 지쳐가고, 나이보다 더 빠르게 병들어가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는 짧은 시간에도 손가락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다. 그렇다고 내 대신 설거지를 해주는 이도,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드는 이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사 먹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제도 저녁에 뭘 먹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반찬을 주문하기로 했다. 평소 자주 주문하던 가게로 주문하려고 어플을 켜니 준비 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난감하다. 맛도 괜찮았고, 가격도 괜찮았는데 말이다. 잠시 고민하지만 결국엔 다른 곳을 알아본다. 다른 곳에서 세트 메뉴가 있기에 주문을 했다. 맛이 어떨지, 양이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주문을 해봐야 알지 않겠는가.     


얼마 후, 주문한 음식이 배달되었다. 생각보다 양도 많았고, 맛도 좋았다. 좋았어. 다음부터는 자주 시켜야겠다고 생각한다. 제육볶음과 계란말이, 순두부찌개와 한 끼 먹을 분량의 반찬 5가지가 3만 원이었다. 더구나 분량은 4명 가족이 먹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순두부찌개는 다음 식사로 넘기며 안 먹었는데도 충분했다.     


요즘 3만 원으로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는 장을 볼 수 있을까? 아니다. 순두부찌개랑 반찬은 안 먹었으니 한 끼를 넘었나. 3만 원에 4명 식구 한 끼 이상 해결이라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한다. 쨌든. 반찬도 배달해서 편하게 먹고, 살기 좋은 세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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