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nsight coco
Oct 01. 2020
3년간의 20대 회사생활을 마치며
나와 같은 사회초년생 또는 취준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일을 시작해,
어느새 20대도 3개월 남긴 시점에서, 3년이 조금 넘는 내 회사생활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정말 짧게 느껴지지만, 한 해 한 해 회사에서 경험하고 고민하고, 또 관심을 가졌던 부분들은 늘 변해왔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입사 1년 차
입사 1년 차, 나의 열정과 의욕이 가장 넘치는 시기였다. 뽑아만 주면 목숨을 바치겠다(?) 식의 마음가짐 하에 수많은 기업에 지원했지만, '탈락'이라는 고배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마시기 쉬웠다. 하지만, 역시나 누구에게나 운명이 정해준 회사가 있었기에, 다행히도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유망한 글로벌 외국계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고, 주위 많은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회사 내 모든 일에 있어서 신입사원 특유의 패기와 열정으로 임했다. 늘 적극적인 태도와 열린 자세로 다양한 사람들과 일 하며, 다양한 유형의 사고방식, 일하는 방식을 배워갔다. 물론, 컨설팅이라는 업무 특성상, 워라밸이라곤 많이 없었고, 또 신입사원이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던 미숙한 업무 스킬로 인해 상사에게도 깨진 적이 많았지만, 나를 뽑아준 ‘회사’이기에 설령 불합리에 보이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속으로만 감내하며 그렇게 첫 1년은 모든 게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입사 2년 차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느꼈던 순간은, 어느새 후배 기수를 뽑기 위한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을 때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금세 새로운 후배 직원들이 입사했다. 여전히 스킬적으로 많이 부족하여, 업무를 한창 배우고 있던 나로서는, 후배들까지 챙겨야 하는 부분에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져 후배들이 물어보기 이전에 입사 초기, 나 스스로가 궁금하고 도움이 필요했던 부분들에 대해 되짚어보고, 비록 짧지만 그동안 경험에 비추어 열심히 알려주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 자신도 많이는 아니지만, 정말 조금은 성장하긴 했구나라는 생각에 새삼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입사 2년 차 중반쯤 되었을 때부터 일까, 그동안의 회사생활 동안 조금씩 내 마음속에 적재되었던 불만들이, 입사 1년 차에 가졌던 패기와 열정을 지배하는 순간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선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지만, 이때부터 내가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
행복한 삶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꼭 부자가 되지 않더라도 '보통인 삶'을 살아가는 것도 행복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조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노동을 하여 돈을 버는 부분은 이 사회에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다. 하지만, 당시 2년 차인 내 삶을 돌아본 적이 있는데, 1에서부터 10까지 모든 것이 오로지 일에만 치중되어 있었다. 매일같이 새벽에 퇴근했기에,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일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중요시 여기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나는 인정받는 것을 중요시 하기에,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는 것도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일이 1순위가 되는 것은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고민에서 비롯되어 결국 흔히들 겪게 된다는 3,6,9년 이직 버프를 조금은 이른 시기에 경험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외부에서 좋은 이직 오퍼가 들어와 어렵게 퇴사를 결심하고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입사 3년 차
현재는 새로운 직장에서 완벽하게 적응하며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훌륭한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동료들 사이에서 매일 같이 배우며, 워라밸까지 지켜주는 환경 속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웠던 그동안의 회사 생활들이 분명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며칠을 날 새우며, 상사에게 깨지면서도 다양한 업종을 접하고, 또 수많은 고객사들을 상대로 일했던 경험 하나하나가 이 곳에서 ‘일 잘한다’라는 말을 듣게끔 해준 값진 경험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그 과정들이 무딘 칼과 같았던 나의 실력을 날카로운 '나만의 무기'로 만들어 주었다.
또, 다른 부분은 기존까진 어떻게 하면 내가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곳에선 서서히 내가 어떻게 이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동료들과 조화롭게 일을 하고 조직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변하게 된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물론, 4년, 5년, 그리고 10년 뒤엔 내가 또 어떤 고민과 일들을 경험하게 될지는 잘 모르지만,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내 관념 자체가 많이 변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추석 연휴인 지금도 수십 개, 수백 개의 자소서를 작성하고 있을 수많은 취준생, 그리고 나처럼 입사 후에도 여러 생각으로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입사 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록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실력과 경험을 쌓으며, 선택이라는 주도권을 내쪽으로 가져오는 것을 경험하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세워보는 것이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무엇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보고, 뚜렷한 목표를 세운다면 사회초년생 시기 이후에도 내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