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용성 평가, 1:1 인터뷰, FGI, 쉐도잉, 휴리스틱 평가, 등 다양한 종류의 고객 조사 방법론들이 보편화되어, UX분야를 처음 접한 사람들 또한 쉽게 제품/ 서비스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 조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관찰하고 하는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조사 방법을 선별하여 진행하지만, 결국은 고객이 해당 제품/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지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UX 관련 종사자들이 고객 조사를 하면서 간과하게 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 조사를 수행하기 이전에 고객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고자 하는 자세이다.
하나의 사례를 통해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마하슈트라 물펌프 사례
평소 유니세프(UN 산하 국제구호단체)는 여러 나라를 돌면서 봉사활동을 진행하는데 특히, 과거 인도에 위치한 마하슈트라 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의료와 주거를 지원했다.
그곳에 있는 동안 최대한 여러 가지의 도움을 주고자 그곳 주민들의 모습들을 관찰하던 중에, 그곳에 사는 많은 여성들이 물을 길어오기 위해 묵직한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매일같이 몇 시간을 걸어갔다 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 샤하푸르에서 주민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주기 위해 유니세프는 동네에서도 쉽게 물을 기를 수 있도록 장기간의 시간에 걸쳐
물펌프를 설치해주었고, 더 이상 여성들이 물을 길어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뿌듯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물펌프는 전혀 환영받지 못했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뉴시스
왜였을까?
매일 같이 물을 길어오던 사람들은 외지에서 이 마을로 멀리 시집 온 며느리들이었고, 실상 그들에게 물을 긷는 2시간은 ‘노동’의 시간이 아니고 ‘자유’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시어머니들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나, 비슷한 처지의 며느리들끼리 신세 한탄도 하며 수다도 떨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오락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물펌프로 인해 빼앗기게 된 셈이었다.
인사이트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례이나 이 얘기에서 얻을 수 있는 주요 인사이트 2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객의 문제를 정의할 때 그것이 정말 과연 고객 입장에서의 리얼한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이게 바로 고객과의 공감하고자 하는 자세로부터 이어 진다는 것이다. 전 글에서도 원츠와 니즈 차이점에 대해 얘기했듯이 며느리들이 물을 길어오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고 해서 단순히 동네에 물펌프가 설치되어, 그들의 자유시간이뺏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유니세프 측이 그들과의 공감을 우선시했다면, 그들의 물 긷는 시간 (자유시간)을 뺏지 않으면서도, 오고 가는 길 가운데서의 경험을 개선해볼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는 물론 고객 조사는 여러 제약 상황으로 인해 제한된 환경에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가급적이면 제품/서비스를 사용하는 그 시점뿐만 아니라 전후의 일련의 행동들을 함께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관찰하기 힘들다면, 고객에게 직접 물어봐서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고객의 경험이 서비스/제품을 사용하기 전/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혹여나 서비스/제품을 사용하는 시점에서만 조사가 이뤄진다면 보다 큰 관점에서의 고객 이슈/니즈를 포착하는데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IDEO, 애플, 구글, IBM 등 고객 조사를 수행하는 많은 기업에서 또한 고객 조사를 하기 앞서 가장 중요시 여기고 또 먼저 수행하는 것이 고객에게 최대한 공감하고 빙의가 되어 보는 것인 것처럼,
훌륭한 제품/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면, 고객과 공감하는 자세에 대해 꼭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