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내면에 여러 감정들이 쌓이게 됩니다. 각각의 감정을 하나의 ‘돌’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내면을 ‘비커’에 비유했을 때, 물이 가득 담긴 비커에 이러한 돌들이 하나 둘 쌓이게 된다면 언젠가 비커는 물이 넘치게 될 것입니다.
비커에서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아무래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감정을 소비함’으로써 내면의 물이 넘치지 않게 하려는 모습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은 감정을 소비함으로써 흔들리는(Fluctuated) 내면의 감정 상태를 안정상태(Stable)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니즈가 반영된 것임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의 임계치'를 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었죠. 과거에는 사람이 감정을 표현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무, 수다, 단순한 소비 등이 주요 해소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사람들의 감정 소비 방법은 매우 다양해져만 가는데, 이런 행동들이 우리가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2021년도 트렌드를 ‘See the Emotion’이라고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See the Emotion, 즉 ‘사람의 감정을 보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감정 소비 유형을 3가지 단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Surrograte Emotion : 타인을 통해 감정을 대리 만족함
2단계. Escape from reality : 감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완벽히 보호받고 싶어 하는 형태
3단계. Express : 발산 (감정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 형태)
1. Surrograte Emotion, 감정을 대리하다
오늘은 소개드릴 고객의 감정 소비 유형 중 첫 번째는 Surrogate Emotion, ‘감정을 대리하다’입니다.
감정을 대리하다는 어떤 뜻일까요? 즉, 본인이 직접 하면 손해 보거나, 혹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상황일 때 타인을 통해서 감정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해소하고 싶은 니즈가 반영된 소비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년까지만 해도 감정을 대리하다의 대표적인 예시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하트 시그널’로 예로 들었겠지만, 현재 가장 먼저 생각 나는 프로그램은 ‘우리 이혼했어요’입니다.
우리 이혼했어요 출처: TV 조선
실제 이혼한 커플의 이야기를 예능에서 다룬다는 취지는 처음부터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과연 이 프로그램이 잘 될까 하는 우려심을 필자 또한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섯 커플의 이혼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가감 없이 솔직한 마음들이 표현되었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오해했던 시간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두 사람이 스스로 다독이고 풀어내며 메꿔 나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결혼했어요'와 같은 모든 게 설정인 가상 연애 프로그램에서부터, 실제 서로에 대한 호감이 형성될 수 있는 ‘짝’, ‘하트 시그널’ 이후 현재의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점진적으로 리얼 해지는 예능에 시청자들은 더 몰입하게 되고, 더 많은 감정을 대리하여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애보다 현실에서 더 경험하기 어려운 극한의 상황에 달했을 때 감행하게 되는 ‘이혼’이지만, 그렇다고 꼭 내게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기에, ‘내가 저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떨까?’라는 마음을 가지게 하여 시청자들의 더 큰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부정적으로만 인식되던 이혼이지만, 각 당사자들의 어쩔 수 없었던 입장들에 충분히 공감케 하여, 이러한 부정적 인식도 많이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80대가 넘는 카메라는 출연자들의 눈짓, 몸짓 등의 여러 고뇌와 아픔을 표현하는 모습들을 포착하여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올리는 역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감정을 대리하여 소비하는 두 번째 예시는 뉴스 기사를 전부 읽기보다, 댓글부터 읽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필자도 과거에는 이러한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는 기사를 읽고 나서도 댓글을 보고 제 태도를 바꾼 경험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어떠한 사건, 주제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태도를 정립하기보다는, 신속하고 간결하게 누군가가 호불호를 제시해줌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대입하고 싶은 니즈가 반영된 것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점점 더 감정을 대리하여 소비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가 가져가야 할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필자는 간접화된 경험이지만 본인이 직접 경험하는 것 이상으로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감정소비 유형 2번째 Escape from Reality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