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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ight coco Mar 01. 2021

더현대 서울, 무엇이 그렇게 다른가?

일일 매출 전세계 최고 기록 달성,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백화점이 아니다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추세임을 방증하듯, 국내 주요 대형 마트사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경영 악화는 마트뿐 아니라, 오프라인 점포를 다수 보유한 국내 주요 백화점들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코로나가 종식되면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도 다시 호황이 찾아오겠지만, 모두가 긴축하는 현시점에서 비용을 투입시켜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기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출점한 광교 갤러리아와, 더현대 여의도점처럼 위기를 기회 삼아 과감한 도전을 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어 직접 방문해보기로 했다.


우선 두 백화점 건물을 보는 순간 크기에 압도된다. 백화점이라기보다는 거대 쇼핑몰 혹은 인천공항 면세점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더현대 여의도점 내부

특히, 최근 방문한 더현대 여의도점은 기존까지 백화점이 시도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모두 갖춰 놓은 집합체 같은 곳이었다. 600여 개의 국내외 브랜드로 채워져 있을 만큼 거대해, 모든 층을 둘러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고, 실제 몇몇 개의 주요 층과 브랜드를 방문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하 2층의 경우 MZ세대들을 겨냥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 콘셉트로 H&M 그룹 최상위 SPA 브랜드 아르켓(ARKET)의 아시아 첫 매장, 스니커즈 리셀 전문매장 번개장터(BGZT) 랩, 나이스 웨더 등이 입점해 있었다. 이러한 희소성 짙은 브랜드들이 입점했다는 소식을 미리 접한 ‘힙’한 고객들이 대거 방문하면서 대기줄이 매우 길었고, 매장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외에도, 지하 1층에는 축구장 2개 이상 크기의 국내 최대 규모 글로벌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이 마련되어 있는데, 입점한 F&B 브랜드는 총 90여 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고 맛난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존에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고가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방문 시 조금은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하는 약간의 딱딱하고 품격 있는 공간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또한, 보통 외부가 노출되는 창문을 최소화하고, 시계를 배치하지 않음으로써 고객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쇼핑을 하도록 유도하게는 것이 지금까지 내려왔던 주요 전략이었다.


하지만, 점차 사람들은 한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면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쇼핑 패턴이 형성되었다. 마치 우리가 온라인 유튜브에서 여러 짧은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것과 유사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백화점들은 고객 유입을 위한 전략을 넘어서, 유입된 고객의 백화점 내 체류시간을 늘릴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추가적인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쇼핑을 하다 보면 중간중간 어느 정도의 쉼이 필요하고, 또 애초에 백화점에 방문하는 목적이 쇼핑이 아닐 수 있음을 인지한 듯, 백화점 내부는 전연령층이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는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더현대 여의도점 내부에는 블루보틀, 미켈레, 테일러 커피 등 다양한 유명 카페들이 입점해 있을 뿐 아니라, 전시회(알트원) 외에도 5층은 외부 채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실내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조성되어 있다. 실제 공원의 크기가 평균 70개 브랜드가 입점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니, 고객들의 휴식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간을 할애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즉, 무조건적으로 많은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 공간으로써 고객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백화점의 고객 편의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접근에 보답하듯, 실제 일일 매출이 전세계 백화점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을 정도이다. 쇼핑 채널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추세, 더더욱 코로나가 한창인 현 시점에서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부분에는 칭찬을 마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두 백화점은 딱히 내가 어떠한 공간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고, 온라인의 트렌드를 오프라인에서도 발 빠르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가벼운 옷차림으로 한 잔의 커피를 하러 가기에도 충분한 공간이었다. 어떤 목적 없이 방문해도, 이 곳에 있다보면 하루를 나름 의미있게 채울 수 있는 공간과 같았다.


앞으로도 국내 오프라인 유통 업계들이 고객들을 유입시키고,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어떠한 새로운 전략들을 시도하게 될지 참 궁금해지는 하루였다.


By. insight 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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