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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ight coco Jan 06. 2022

'스마트 편의점'은 얼마나 똑똑할까

한국판 아마존 고,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UX 분석

무인(無人) 점포, 말 그대로 직원 도움 없이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상품/서비스를 결제하는 매장을 뜻한다. 점주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고객은 직원과의 대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간편 결제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들은 특히 무인 편의점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었고, 근래 들어선 고객들이 직접 바코드를 찍어 가며 상품을 결제했던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스마트 편의점’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필자는 스마트 편의점이 제공하는 고객 경험과 가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최근 삼성동 코엑스 내부에 개장한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은 기존의 무인 매장과 무엇이 다를까?

“JUST PICK & GO, 결제 없이 바로 나가세요!”

이마트 24의 스마트 편의점은 크게 1) AI 컴퓨터 비전 2) 라이더(LiDAR) 센서 3) 무게 센서 4) 음성 인식 등의 자체 개발한 ‘스파로스’ 솔루션을 이용해 매장 내 개별 고객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퇴점 시 고객이 들고나간 상품이 자동 결제되는 무인 매장이다.

① AI 컴퓨터 비전: 인공 지능 컴퓨터를 사용하여 인간의 시각적인 인식 능력 일반을 재현하는 연구 분야
② 라이더 센서: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여, 레이저를 여러 목표물에 비춰 사물과의 거리 및 다양한 상품을 감지하여 3D 영상으로 모델링
③ 무게 센서: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의 무게 및 변동되는 무게를 정확히 측정
④음성인식: 사람의 음성을 이해하여 컴퓨터가 다룰 수 있는 코드 정보로 변환

매장 입구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코엑스점은 메가박스 영화관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규모도 꽤 있는 편이다. 다만 기존의 일반 매장들과는 외관상 뚜렷한 차이가 없어, 해당 매장이 스마트 편의점임을 미리부터 인지하고 입장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이었다.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코엑스점 입구>

실제 현장에서도 ‘일반 편의점’ 혹은 '셀프 계산대’가 구비된 무인 편의점인 줄 알고 방문했다가, 다소 낯선 매장 입장 방식에 당혹스러워하며 빠르게 매장을 이탈하는 고객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스마트 매장임을 인지하고 입구 주변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매장 콘셉트는 물론 자동 결제 매장 이용 방법도 간단하게 안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입구 주변>

스마트 무인 편의점이기에 당연히 직원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매장에는 두 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새로운 편의점 환경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을 안내하고, 오픈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목적임을 추측해볼 수 있었다.



매장 입장

1) 입장용 QR 코드 발급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입장용 QR 코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고객들 중 일부는 입구에 설치된 매장 진입용 QR 코드 인식기에 ‘백신 접종 증명 QR 코드’를 태깅하기도 했다.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유리문 입구 게이트에 설치된 QR 스캐너>

입장용 QR 코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SSG PAY/이마트 24 앱 내 결제수단을 등록하거나 매장 내 키오스크에 개인 신용/체크카드를 인증하면 된다. SSG PAY/이마트 24 앱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 매장 내 키오스크를 활용하였고, 개인 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 휴대폰 번호 입력, 신용카드 삽입 후 이마트 24 카카오톡 채널로부터 QR 코드를 발급받았다. 이렇게 발급받은 QR 코드는 개인정보정책상의 이유로 최대 1주일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발급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지만, 진행 중 카드 인식 오류로 시간이 다소 지체되기도 했다.

<매장 내 키오스크를 활용하여 QR코드 발급받는 과정>

2) 입장 인원 제한 조건

입장용 QR 코드를 발급받던중 문득 함께 온 지인도 별도로 QR코드를 발급받아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QR 코드 한 개로 최대 네 명까지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았지만, 직원의 도움 없이는 해당 정보를 직접 확인하긴 어려웠다.

<입장용 QR 코드 스캐너 인근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는 동반 입장 안내사항>

물론 QR 인식기 인근에는 ‘동반 입장’ 관련 상세 안내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만, 정작 QR 코드를 발급받는 시점에서는 해당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아쉬웠다.


3) 매장 입장 방식

동반 입장하는 과정도 반드시 정해진 방식을 따라야만 했다. QR 코드 소지자는 일행이 한 명씩 입장할 때마다 QR코드를 대신 태깅해줘야 하며, 반드시 마지막에 입장 가능하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 해당 편의점을 방문한 경우라면 입장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스마트 편의점에 함께 방문한 지인이 먼저 들어가는 모습>


스마트 편의점 [입장] 과정에서 포착한 고객 인사이트

① 심리적인 진입 장벽
편의점은 소위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쇼핑 공간인데 반면,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은 입장용 QR코드 발급 과정과 여러 입장 제한 조건들로 인해 쇼핑 진입부터 높은 심리적인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② 정보 파편화 및 미흡한 정보 적시성
매장 이용 관련 정보들이 매장 내 곳곳에 분산되어 있어, 고객은 적절한 시점과 위치에서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입장 전까지는 고객이 찾는 상품이 매장 내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쇼핑하기

1) 내부 환경

이윽고 마주한 매장 내부는 매우 깔끔하고 다양한 유형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특히 입구에는 음성인식 AI인 ‘스파로스’가 위치해 있어 고객이 육성으로 매장 내 개별 상품 위치, 결제 방식, 포인트 적립 가능 여부 등을 질문하면 음성으로 답변해 준다.


<깔끔한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내부>


내부에 설치된 특수 매대와 여러 대수의 카메라들로 인해 매장 외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스마트 편의점 만의 특색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천장에 설치된 총 6대의 라이더(LiDAR) 센서 카메라는 고객이 입장용 QR코드를 태깅하고 매장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추적하기 시작한다. 라이더 센서는 여러 물체에서 반사된 레이더 데이터를 활용하여 매장 내부의 3차원 공간을 인식하고, 고객의 움직임을 정확히 추적한다. 동시에 AI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 화면 속 사물을 정확히 식별해,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구분해 낸다. 또한 고객이 선택한 상품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 매대에 설치된 무게 센서가 각 상품의 무게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여러 첨단 기술>


2) 쇼핑 과정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신기술들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몇몇 개의 상품을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두기도 하고, 원 위치와 다른 곳에 놓아 보기도 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AI ‘스파로스’가 이를 인지하고, 필자에게 상품을 원래 위치로 놓아 달라고 음성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이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쇼핑 중에는 여전히 여러 종류의 불안함이 존재했다. 특히 필자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상품이 원활하게 결제될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고, 만약 오류가 발생한다면 이를 해결하는데 오랜 시간이 지체될 것이라는 막연함이 들기도 했다.


<쇼핑 중에 들었던 여러 가지 결제 관련 의문사항. 출처: Freepik>


이러한 의구심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쇼핑 중에는 고객이 선택한 상품이 시스템에 의해 잘 인식되고 있는지, 가시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은 매장을 빠져나간 후 전달되는 구매 영수증을 통해서만 정상 결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스마트 편의점 [쇼핑] 과정에서 포착한 고객 인사이트

① 결제 전 최종 상품 목록 확인 불가
고객은 자신이 선택한 상품이 시스템 의해 정확히 인식되었는지 매장을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자동 결제라는 편의는 제공되지만 고객 스스로가 결제 전 목록을 ‘최종 확인(Final confirm)’ 할 수 없다는 점은 일종의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② 언택트 속 컨택트
지인은 비대면 쇼핑인 만큼 직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쇼핑을 기대했지만, 막상 여러 카메라가 자신의 행동을 시종일관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꼈다. 기존에는 직원을 카운터에서만 잠시 대면하면 됐다면, 현재는 쇼핑하는 모든 순간을 동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제하기

1) 퇴점

KF94 검정 마스크와 호올스 멘톨, 호올스 블루베리 맛을 최종 선택하고 매장을 빠져나오기로 했다. 다행히 퇴점 시엔 QR 코드 소지자가 일일이 일행을 태깅해줄 필요가 없고 나오는 순서도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한 명씩 순차적으로 퇴점해야 하는 방식은 동일했다.  


또한 상품을 들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자동 결제되는 방식은 분명 ‘혁신’에 가까웠다. 긴 결제 대기 줄을 서거나 상품을 일일이 스캔하지 않아도 되어, 결제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었다.

<상품을 들고 퇴점하는 모습>


2) 직원 최종 확인

퇴점과 동시에 곧바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현재까지는 직원을 통해 최종 결제 확인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다소 아쉽게 다가왔다. 특히 상품 결제 정보가 직원 스마트폰으로 전송되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친절한 직원은 고객을 빠르게 퇴점시키지 못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듯, 스마트폰 리프레시 버튼을 연속해서 누르는 모습까지 관찰되었다.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 직원이 스마트폰 리프레시 버튼을 계속해서 누르는 모습>

곧이어 직원 스마트폰에서 필자가 계산한 최종 결제 목록이 확인됐으며, 동시에 필자의 카카오톡으로도 결제 영수증이 함께 전송되었다. 별도로 부착된 센서 없이도 각각의 상품을 정확히 구분해낸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 스마트폰에 전송된 구매 영수증>


3) 환불

필자는 최종 결제 목록 확인 후, 한 개의 상품을 환불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환불은 반드시 매장 내 직원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예상보단 빠르게 환불 처리가 진행되었지만, 필자에게 최종적으로 발행된 영수증은 하나밖에 없었다. 결국 하나의 상품은 정상 취소가 되었으나, 카카오톡에 발송된 영수증만을 보고서는 각각의 상품 처리 상태를 세세하게 파악하기엔 제한적이었다.


스마트 편의점 [결제] 과정에서 포착한 고객 인사이트

① 고객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환불/교환/반품
빠른 자동 결제라는 편의는 제공하지만 결제 후 환불/교환/반품이 필요한 경우 직원 도움 없이는 진행이 불가하다.

고객 편의성에 대한 고민

이번 경험은 개인적으로도 이마트 24 스마트 편의점의 독보적인 결제 기술력에 감탄하게 되는 계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 기술이 편의점 고객들이 기존에 누리던 다른 종류의 ‘편의’를 오히려 일부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즉 스마트 편의점은 고객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매장 접근성을 낮췄는데, 과연 고객들이 이러한 종류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관계)를 우호적으로 생각할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 저니(Customer Journey) 상의 문제점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오늘과 같은 혁신 기술 또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By insight.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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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썸네일 이미지 소스: 나선혜 기자, 한국금융, 한국판 '아마존 go'가 열렸다…이마트24, '완전스마트매장' 선봬

일러스트레이터: https://www.freepik.com/vectors/people

스브스 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GIydfp-vt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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