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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혜 Mar 12. 2020

코로나바이러스는 기후위기 재난의 백신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와 기후위기 1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재난은 기후위기로 인해 벌어질 전 지구적 재난의 예고편이자 축소판, 혹은 백신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전 세계를 급속도로 휩쓰는 재난이 있다. 텅 빈 거리와 상점들, 가동을 멈춘 공장들, 생필품 사재기를 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일거리를 잃은 사람들, 수면 위로 드러난 인종차별과 폭력. 세계 증시는 곤두박질을 치고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그리고 국가 내에서도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나 이란 등 비자유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이유나 경제제재로 인한 봉쇄가 있어오기는 했지만 한국과 이탈리아 등 자유주의 국가에서 국가 전체가 봉쇄되거나 국가 내 이동과 만남이 극도로 제한되는 일은 몇 달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었다. 올해 초 중국 후베이 지역이 봉쇄될 때만 해도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선 전 국민이 이동과 만남을 자제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더 강제적으로 제한되고 있으며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조치가 취해지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얼마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생경한 모습이지만, 어찌 보면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다. 실생활에서는 아니지만, 공상과학 책이나 영화에서 자주 보던 모습이 아닌가. 운석의 충돌, 대규모 화산 폭발, 혹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 등(인터스텔라의 초입부처럼) 어떠한 이유로든 디스토피아가 닥친 지구의 모습. 어떻게 보면 이 재난은 기후위기로 인해 벌어질 전 지구적 재난의 예고편이자 축소판인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어쩌면 더 느리게 다가오고 있지만 훨씬 더 큰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백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 지구적 재난의 한가운데에서, 또 다른 전 지구적 재난인, 기후위기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본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끝없는 ‘나쁜 소식’ 속에서, 단 한 가지 ‘좋은 소식’이라면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이 아닐까 싶다. 대기오염물질처럼 당장 그 이점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2월 3일부터 16일까지 약 2주간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년 같은 기간 배출량에 비해 25%나 감소했다고 한다 (경향신문 보도Carbon Brief에 발표된 내용). 

NASA의 자료에 따르면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가 올해 1월과 2월 사이에 급격하게 감소했음을 볼 수 있다.

이미 온실가스 배출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가장 급진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선언한 EU에서 갖은 노력 끝에 2019년, 전년 대비 이룬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 감축률이 겨우 5%였다 (국제 에너지 기구 IEA 발표). 더군다나 중국은 파리협약을 따라도 앞으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의무도 계획도 전혀 없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십 년간의 활동가들과 NGO와 국제 협약과 정부 정책들이 하지 못한 일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 것인가? 근미래의 극단적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전 세계적 규모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모습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면 벌어질 모습일까? 아니면 오히려, 충분한 대처를 하지 않아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면 나타날 재난 상황을 보여주는 예고편일까. 어느 쪽으로든, 우리에게 닥칠 미래의 유일한, 혹은 가능성 있는 모습은 아닐까?


하지만 이번 (아마도 일시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소는 급격한 경제 침체로 인한 결과물이다. OECD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반토막 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작년 GDP 성장률 2.9%에서 1.5%로 감소). 이번 사태와 마찬가지로,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는 늘 경제 침체와 함께 왔다. 그렇기에 경제 침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향후 재난을 막기 위해 도움이 된다고는 해도, 당장 사람들이 일거리와 직장을 잃고 이동의 자유와 사회적 교류가 제한된다면 이것 또한 현재의 재난이 아닌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결국은 경제 저성장, 무성장, 혹은 반성장(degrowth)으로 가야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제1-2 세계 국가 시민들의 과도한 소비주의와 이를 뒷받침하는 생산,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량에 크게 기여하는 항공 이동을 줄이자는 운동이 환경 기후변화 운동권에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다고 해서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기후위기를 벗어나는 바람직한 상황의 예시가 될 수 있을까?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공장들이 몇 주간 멈추고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항공편 운항이 급감했으며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었으니 결과적으로 보면 과도한 생산과 소비, 항공 이동이 줄어들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었으니 ‘이상적인’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공기가 좋아지고 향후 위기를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더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에는 저성장이나 반성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은 준비되지 않은 경제 침체는 기후’ 위기’와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위기’ 일뿐이다. 특히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침체는 자영업자, 일용노동자, 프리랜서들, 그리고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 노약 장애인들과 그들의 가정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렇다면 경제 침체와 반성장은 어떻게 다를까? 어떻게 하면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상황이 기후위기 재난을 피할 수 있는 백신이 될 수 있을까? 


-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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