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page of my life
오늘 나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10년 동안의 공항 생활을 박차고 나와 무작정 떠나 보기로 했다.
내 나이 35살. 여자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 특히 회사를 그만두기에는 더더욱…
사실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런 내가 나이가 들면서 익숙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점점 두려워하게 돼 버린 것 같다.
새로운 기회가 있어도 지금의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에게 최면을 걸어 좀처럼 기존의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항상 회사생활에 불만이 많고, ‘언제 그만두지?’ 란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녀도 정작 “그만두자”라는 결심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 내가 정말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주위에는 나의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진심으로 내가 지금보다 더 잘될 수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무작정 떠나 보기로 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 옆에는 SH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전부터 나는 영어권 나라에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 했다.
이런 나를 위해 SH는 함께 밴쿠버에 가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망설이는 나에게 1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한 우리가 이 정도 작은 사치 정도는 누려 볼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15년 전 밴쿠버에서 어학연수생활을 했던 SH는 그때 그 도시에서 느꼈던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나에게도 꼭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밴쿠버에서 두 달 살기’를 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