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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쵬개 Apr 02. 2021

알코올 중독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잔도안 마시면아쉽다



언제부터였을까?
자각하고 보니 나는 매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매일 저녁 자연스럽게 맥주 한 캔(으로 시작). 집에 소주가 있으면 상큼한 레몬을 넣어 소토닉을 만들어 마시는걸 그렇게 좋아했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때는 위스키를 넣어 하이볼을. 와인이 있으면 나의 형제님들과 한병, 또는 그 이상을 비우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 오는 날도 더러 있었지만, 몸이 무거운 날도 많았지만, 술 때문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은 저녁이면 모든 게 다 잊혀 다시 술잔을 꺼내 든 것일까.





 일단 외출을 하면 한 봉지 가득 술을 사 오는 게 당연한 것이 되었다.

 혼자 마셨으면 질렸을지도 모르겠는데 나의 형제님들을 함께 즐겨 주었다. 술이 남을 틈이 없었다. 나보다 술을 더 마시는 언니 하나와 나보다 덜 마시는 동생 하나. 돌아가면서 한 손 무겁게 술을 들고 집에 들어왔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다양했다.

 기분이 좋아서, 짜증 나는 일이 있어서, 우울해서, 술이 할인하고 있어서, 맥주 사면 맥주잔을 준다고 그래서,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 새로운 술이 나와서, 먹어본걸 맛 보여 주고 싶어서, 축하해야 할 일이 있어서, 형제님한테 기쁘거나 슬픈 무슨 일이 있어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술을 마시면 인생이 단순해지는 것 같았다. 인생 뭐 있어? 내 인생은 이걸로 된 거 아냐? 난 얼마나 복 받은 삶인가 싶다가도 아나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아 하다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다가 뭐 이런 식으로 의식이 흘러간다. 취하면 왜 그렇게 단톡 방에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지. 한동안 이불 킥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 어색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술이 가져오는 느슨함은 얼마나 큰가. 한잔 두 잔 짠짠짠 하다 보면 분위기는 올라가기 마련이고 처음 본 사람도 짱친이 되게 만드는 술의 마법이란(비록 술이 깨고 났을 때까지 짱친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줄여야겠지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의사 선생님이 술 좋아하는데 마시지 못해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조금 얻었다. 그 전에는 술을 마시면 장기적으로 뇌와 신체 건강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신 걸로 봐서 의사 선생님의 의도는 이게 아니었을 테지만.


 그런 고로 이번 주말에는 제주도에서 온 우도땅콩 막걸리를 달려보아야겠다. 막걸리 마시려고 예쁜 소리 잔도 샀다. 짠할 때 소리가 마치 싱잉 볼을 울리듯 청명하고 깊으며 마음을 울린다. 당분간은 이 어여쁜 소리 잔으로 전통주를 섭렵하게 되지 않을까.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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