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계약 종료. 그리고 또다시 백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이라는 어릴 적 만화책 제목처럼, 프리랜서 강사직을 구하고 급한 불 은 껐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더니 어느덧 12/31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맞이하고 눈을 떠보니 20260101 아침.
몇 시간 전의 레이저와 불꽃의 감정과 감격은 사라지고, 이제는 현실이구나!!
26년 자동차세 납부 고지서를 받고 작년과 달리 짧은 한숨.
5년 동안 사용한 노트북 반납하면 다시 사야 는데.. D램값 올랐다는데... 홈쇼핑에서 사야 하나...
비상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450만원 손실 중인 종목을 팔아야 할지, 300만원 수익 중인 미주식을팔아야 할지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고 결심했지만, 와이프에 "Why?"라는 한마디에 버버벅...
취업준비는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음.. 음... 이러고저러고 어떻게든 잘 될 거야.라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 못 해서 1월 1일부터 맛있게 꾸사리 냠냠.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에는 5년 만에 비자발적 백수이지만, 40대 초반과는 달리 예민해지고 무거워지더니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저만일까요?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없구나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울함을 이겨보려 '나는 운 이 좋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셀프주문과 명상의 효과는 아직은 수면 아래.
다만, 소파에 앉은 딸아이가 기대서 책을 보고 있는 순간, 아직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있구나라는 호르몬이 도와준 울컥하고 글썽임이 더 와닿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라서?
맞은편에서 흑백요리사를 보며 누가 이길지를 상상하고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함께 해주라는 와이프와 SNS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각인시키는 동시에 박포갈비가 어떤 맛 일지 너무나 궁금해하는 너는 대체 어느 별에서 왔냐?
커리어에 대한 수많은 꾸사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센스 대신 만병통치약이라 생각했던 눈치보기의 결과는 내일이면 옅어지겠지만 이번에는 바꿔보자라는 굳은 다짐을 하며 침대 아래에서 잠을 자야 하는 와이프의 이불을 깔러 가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실패박물관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조금이나마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