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실패박물관 1관 - 더 이상의 알고리즘은 없다.)
"삶이란 시련과 같은 말이야. 고개 좀 들고 어깨 펴 짜샤 (중략) 마음껏 울어라 억지로 버텨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테니 (중략) 더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살다 보면 살아가다 보면 웃고 떠들며 이날을 넌 추억할 테니." 노라조의 '형'을 무한반복하며, 정말로 웃고 떠들 날이 올까를 되뇌던 어느 날. 소주 한잔에 다 걷어내 버리고 싶었지만 술 도 못 마시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지리 궁상맞게 슬픈 노래만 듣고 있던 그때. 어떻게 알았는지 구글 알고리즘이 또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지금의 잔고로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티스토리]라는 키워드였습니다.
“블로그 상위 노출", "글 써서 월 2천 버는 정말 인상 좋아 보는 30대", "아백의 아로스100"등등등
다양한 채널들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떴습니다. 상대적으로 글 쓰는 데 부담이 적었고, 실패의 원흉이었던 '조급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이자 마지막 키워드라는 확증 편향이 또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가능하면 빨리, 적은 금액이라도 매월 꾸준한 수익을 보고 싶다"는 갈망의 여전했으니까요.
많은 채널 중 '선한 부자'와 '아백' 사이에서 고민하다, 상대적으로 빠른 결과를 가져다줄 것 같은 아백의 [올인원 패키지]에 약40만원(아마도)을 투자했습니다. 두세 번의 실패로 너덜너덜해진 마인드 덕분인지, "이번엔 시간에 투자하겠다"는 마인드가 강해진 덕분이랄까요?
아시겠지만 티스토리는 애드센스 승인을 받아야 광고를 게재할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승인을 얻어야 광고 클릭을 통한 수익이 발생한다는 새로운 조바심이 다시 한번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올인원 패키지]가 시키는 대로 계정을 만들고 설정을 세팅하며, 어떤 주제의 글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 귀신에 홀렸는지 "선 승인 후 (퀄리티 있는) 글 작성"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마인드가 얼마나 헛된 망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의 전략(이라 쓰고 꼼수라 읽는다)은 다음 3가지로 요약됩니다.
영화를 주제로 영화 평론 기사를 번역기로 돌린 후 약 3천 자 정도의 글 작성.
별도의 프로그램에 복붙 해서 "사람이 작성했는지"에 대한 확률 체크.
95% 이상이 나올 때까지, 단어와 문장 수정 후 티스토리에 업데이트.
처음에는 한 시간 정도 걸리던 시간이, 6개 정도의 글이 올라간 이후로는 30~40분 정도로 충분히 줄어들었고 이미 승인되었다는 생각이 더더욱 몸과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젠장) 정확히 15개의 허접한 짜깁기 글을 올리고 위풍당당하게 승인 신청 후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당연하겠지만 "다시 작성하라"는 거절 메시지였습니다. 구글의 알고리즘을 얕본 결과는 처참했고 당연히 승인되리라는 생각이 95% 이상이었기에, 충격은 거듭제곱의 법칙 이상이었습니다. 겸손하지 못하고,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행동들의 후회는 왜 항상 나중에 알게 되는 걸까요?
6개월 전이었다면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찾았겠지만, 삼세 번의 마지막인 상황에서 더 이상의 중단은 쪽팔림, 자괴감, 무능함을 공표하는 선언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구글 알고리즘은 다시 한번 [워드프레스] 중에서도 당시 HOT했던 채널인 '로알남'을 소개해줬습니다. 대안으로 '선한 부자 오가닉'으로 넘어가서 마지막 남은 총알을 올인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머리와 마음속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바람에 우선순위가 워드프레스로 바뀌었습니다.
티스토리나 블로그와는 달리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ex. AWS)에 대한 어색함과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있다고 판단되자, 우선은 무료 동영상을 최소 2회 이상 반복 시청하며 조금씩 희망의 싹을 틀 때쯤이었습니다.
영상에서 AWS 신청 시 추천에 본인 아이디를 기입해 달라는 내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티스토리 승인을 대신 진행해 주는 대신 소정의 비용을 받는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잠시나마 ‘나도 신청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분노(90%)와 함께 채널에 대한 거부감(10%)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최종 선택과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지만 지금껏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며 날로 먹으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음이 더욱더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진짜 패배일까요?
구매대행과 주식 투자 외 잔잔바리 등 다양한 시도와 대부분의 실패를 하면서, 똑같은 실수를 포장만 다르게 합리화시키며 버티기만 한 것은 아닐까? 약 1년 동안의 시간과 시드머니의 90% 손실을 보면서도, 빠르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수익이라는 허무맹랑한 결론을 만들기 위해, 얕은 지식과 버틸 힘도 없이 덤빈 대가는 40대 중반의 기러기에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실패가 쌓여야 성공의 밑천이며 아무리 회복탄력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디지털 노마드를 하고야 말겠다고 당당하게 내밀었던 출사표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결과와 현실은 와이프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움을 넘어 Dog 쪽팔리기까지 했습니다.
"오빠는 이기적인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
종종 듣는 이야기인데, 결혼 초반에는 강하게 거부했지만 10년 차가 된 지금은 순순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덕분인지, 지금까지 내가 시도했던 것들은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는 프레임을 더욱더 강하게 적용시킬 수 있었으며, 실패의 과정 역시 직업상담사로서 20대 초반 친구들의 고민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할 소재로 활용하자고 나름의 합리화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상담사분들의 경우 상담에 관련된 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우선순위에 두시지만, 저는 [돈], [안정], [디지털 노마드] 등 누구나 꿈꾸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었습니다. 내담자의 어떤 질문이든지 [6하 원칙] 그 이상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패 경험을 통해 "나를 밟고 올라가라"는 메시지를 조금 더 사실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니, 그동안 투자했던 시간, 돈, 열정이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유수의 대학에 재학 중인 용사들과 상담 시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키워드였던 [안정적인 미래 예측과 돈]에 대해 보잘것없지만, 지금도 가장 트렌드였던 것들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라고 자부했으며, 실제로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음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지금까지의 결과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어찌 되었든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종종 담배를 피웠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딱 지금이었습니다.
"하..." 짧았지만 긴 한숨을 쉬며 와이프와 영상통화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