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16년 1월 1일 새해 첫날,,,,
대길이는 눈부신 햇살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자기야 잘 잤어?" 대길이의 와이프는 부른 배 때문에 허리를 잡고 부엌에서 인사를 건넸다.
임신한 와이프가 먼저 일어난 게 미안한지 대길이는 허겁지겁 방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대길이에겐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었는데 자주 청소하고, 자주 닦는 것이었다. 강박관념처럼 보였는데 꼭 무엇인가 씻어버리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방 정리가 끝날 무렵 와이프가 작은 상에 토스트를 가져다준다. 둘은 웃으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뻣뻣한 식빵을 나눠먹었다.
한 겨울이지만 오늘은 날이 제법 좋아 대길이는 와이프와 산책하기 위해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다. 대길이의 와이프는 햇살이 따뜻하여 빨리 나가기를 재촉하지만 어째서인지 대길이는 곰팡이 난 화장실만 청소하고 있다.
"자기야 뭐 해요? 나가자면서 갑자기 화장실 청소는 왜 하는 거예요?"
"미안해, 여기 곰팡이가 있어서 이것만 지우고 나갈게요."
이미 그의 와이프는 기분이 상한 상태지만 대길이는 곰팡이 제거에 집중하고 있었다.
"미안 미안 이제 다 정리했어요", "우리 얼른 산책하러 나가요".
그의 와이프는 기분이 좀 상했지만 아가의 태동을 느끼며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게 왜 이러지?" 대길이가 말했다. "뭐가 잘못되었나요?" 그의 아내는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어째서인지 도어록이 작동되지 않았다.
대길이는 휴대폰을 꺼내 집주인 아주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3번을 시도했지만 집주인 아주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와이프에게 미안하지만 당장 외출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와이프 신발을 벗겨주었다.
그의 와이프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가운 바닥에 앉았다. 대길이는 미안한 마음에 따뜻한 차를 준비한다.
오후 5시가 되도록 집주인 아주머니는 연락이 없었으며 그동안 대길이는 맞은편 고가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도어록 수리 및 새 제품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었다.
"지금 당장 수리할 수 있나요?", "이 제품은 얼마인가요?" 대길이가 흐릿하게 물어본다.
"지금 수리는 어려울 것 같고, 그 제품은 좀 비싸요. 21만 원입니다".
대길이는 일단 알겠다면서 허둥지둥 건너편 구축 빌라 동네로 넘어간다.
때마침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무슨 전화를 이렇게 많이 했어요? 무슨 일이에요 신년부터?" 집주인 아주머니는 귀찮다는 식으로 말을 내뱉는다.
"아, 다름이 아니라 도어록이 고장이 나서요. 지금 외출도 못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수리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대길이는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죄를 진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늘 휴일 첫날인데 다 쉬죠. 지금 당장 어디서 이걸 수리해 줘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쏘아붙인다.
"그럼 남은 3일 동안 외출할 수가 없어요. 사설 수리업체는 오늘 근무하고 있어요 제가 맞은편 아파트 상가에서 확인했습니다." 대길이는 동공이 흔들리며 강한 현기증을 느낀다.
무시하듯 집주인 아주머니는 내뱉듯 말한다. "귀중품 있으면 들고 다니세요, 그냥 문 열고 외출하면 되지 누가 들어가나요?" 뭐 귀중품이나 있나요?"
대길이는 임신한 와이프를 잊은 듯,,, "보일러도 고장 나면 제가 수리하고, 휴일이 끝날 때까지 추위에 떨어야 합니까?"
"야! 이 어린놈의 새끼야, 싹수없는 새끼가 말을 그딴 식으로 하냐" 전화 통화였지만 큰 고함소리에 현관문 밖에서도 주인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길이는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새까만 상태로 그저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게 멈춘듯했다.
"올라가서 죽여버린다" 옆에 누워있던 그의 와이프는 바둥바둥 되며 몸을 일으켰다. 대길이는 그저 주저앉아 벽만 바라보았다. 그녀의 물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촌스럽고 싸구려 가득한 네온사인 빛들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대길이는 불안한 마음에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이함 훈련과 같은 주저함으로 간신히 초인종을 누른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대길이는 바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반대편 고가 아파트 위엔 보름달이 밝게 빛나며 집집마다 따뜻한 느낌들이 대길이에겐 더한 고통이었다.
아기의 울음소리인지 고양이 울음소리인지,,, 대길이는 차가운 빌라로 이내 돌아간다.
-에필로그-
예전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다.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한 소설이 아닌 수필과 같은 장르를 벗어난 그런 소설 말이다.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말에 더 이상 팔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세상은 변하는 게 없고, 계속해서 양극화는 심해져 가는 현대사회이다.
가족, 지인 및 친구들에게 자기의 사상, 철학, 정치 등을 말한다는 건 나이가 들어갈수록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개똥철학도 본인의 굳건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요즘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유연함을 강조한다. 유연함과 자기 주체성도 구분 못하는 삶 속에서 익숙함에 젖어들며 후엔 그것이 자기 합리화로 마무리되는 보통 사람으로 살게 된다.
블로그에 짤막 소설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불특정 다수들이 내 소설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서다. 소설 구성에 대한 평가를 원하는 게 아닌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그런 철학들, 꺼내서 굳이 말한다면 불편해지는 그런 철학들,,,
위에 첫 이야기는 내가 겪은 실제 이야기이며 중학생이 쓴 것 같은 구성이 지금의 내 상황과도 같다. 16년 1월 1일, 나는 지역에서도 낙후된 투베이에서 살고 있었으며 구성은 거실 및 안방 겸 방 1개, 또 다른 방은 미닫이문으로 방음도 되지 않는 창고 같은 방이었다. 거기에 작게 부엌 하나가 있었다.
겨울에 보일러를 돌려도 따뜻해지지가 않고, 따뜻하게 최대치로 해도 식는 데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인생을 살면서 두통이 가장 심할 때였다. 또한, 이 시기에 우울증도 찾아와 참 힘든 시기였다.
알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낙후된 지역에서 질 떨어지는 집에서 산다는 건 사람을 참 쳐지게 만들었다.
툭하면 잔 고장에 하필이면 새해 첫날에 문이 고장 나 이 사달을 만들었는지,,,
임신한 와이프를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와이프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속으로 엄청 울었던 날이다. 이 이야기는 정말 친한 친구 몇 명한테만 한 이야기다. 몇 명한테 한 이유는 슬픔은 나누면 반이라는데 내 친구들에게 이 말을 해주면 같이 힘들어했던 게 좋지는 않았다.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기에 굳게 마음먹었던 것 같다. 다신 이런 일 생기지 않기로,,, 가난에서 빨리 벗어나자,,, 그때 내 나이 30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