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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OND May 08. 2020

미술과 미술사; 인상주의는 인상적임

취향잡기 1.1

앞에서 말했듯이 제가 "미술"이라는 취향을 가지게 해준 그림은  "까미유 부인의 죽음"입니다. 모네는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기 때문에 저는 자연스럽게 인상주의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01. 인상주의는 왜 인상주의일까?

인상, 해돋이 - 클로드 모네

흔히 모네를 인상주의의 아버지라고 부르곤 합니다. 실제로 인상주의(Impressionism)라는 용어 자체가 모네의 대표작 "인상, 해돋이(Impression, Sunrise)"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오, 인상적인데?"라는 말이 긍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인상주의는 비평가의 조롱섞인 평가에서 시작된 말입니다.


"Impression I was certain of it. I was just telling myself that, since I was impressed, there had to be some impression in it — and what freedom, what ease of workmanship! A preliminary drawing for a wallpaper pattern is more finished than this seascape."


<샤리바리>라는 잡지의 비평가 르로아(Louis Leroy)는 파리의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된 "인상, 해돋이"를 보고 이런 위와 같은 비평을 남겼습니다. 대충 해석하면 "와 인상적임! 엄청 자유롭고 쉽게 그렸네? 꼭 그리다 만 것 같아!!" 정도가 됩니다.

인상주의 이전에는 이런 느낌

사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인상주의가 나타나기 전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그림은 위와 같은 그림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카데미 미술(학원에서 가르쳐주는대로 그리는 미술)이 미술계를 주도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아카데미 미술을 통해 더 정교하고 더 사실 같은 그림이 더 나은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상주의는 이런느낌

정교하고 섬세한 아카데미 미술에 익숙해진 당시 사람들에게 인상주의 미술은 말그대로 완성되지 않은 그림, 대상이 아니라 대상이 주는 "인상"을 주는 그림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리고 싶어하던 것이 그 "인상"이었을 겁니다.


02. 근데 갑자기 왜 뜬금없이 인상주의야?

인상주의가 기존의 미술과는 다른 "인상적인" 그림을 그린다는건 이제 알겠는데 도대체 왜 갑자기 정교한 아카데미 미술을 그리던 화가들이 인상주의 미술을 그리기 시작한 걸까요?

실제 루앙 대성당과 모네가 그린 루앙 대성당

인상주의 미술은 "사진기"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아카데미 미술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고 진짜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진"만큼 똑같진 않았죠. "사진기"가 등장한 이후로 실제와 똑같이 그리는 기술은 더 이상 화가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그림에 자신의 "인상"을 담기 시작합니다. 인상주의 미술은 사진기처럼 대상을 똑같이 그리는 것을 넘어 대상에 대한 화가의 느낌과 같은 주관이 포함되게 됩니다. 그리고 기존의 그림과 다른 자신의 주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다르게 그리는 것이었을 겁니다.(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상주의 미술이 마치 스마트폰 카메라 앱의 필터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카데미 미술을 통해 카메라의 화소를 늘려나갔다면 인상주의 미술은 다양한 필터를 통해 내가 대상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3. 왜 인상주의 그림은 풍경화가 많아?

인상주의 미술에 관심을 갖고 여러 그림들을 찾아보다보면 풍경화가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꽃과 여자를 주로 그려서 유명한 르누아르를 제외하고는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은 풍경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그린 그림이나 종교적인 의미를 그린 그림, 유명인의 초상화를 가장 가치있는 그림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은 과거의 미술에 지쳐있었습니다. 사실주의(Realism)를 거쳐 인상주의 미술로 발전하면서 오랫동안 그려왔던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내가 직접 느낀 것을 그리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했던 것이 바로 "증기기관차""튜브물감"의 발명입니다. 증기기관차와 튜브물감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많은 화가들은 작품활동을 위해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미술가를 상상했을 때 영감을 찾아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을 떠오르지만 당시에 미술가는 작품활동을 위해 많은 자유를 포기해야만 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튜브물감이 발명되기 전에는 미술 도구를 휴대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미술가들은 그리고자하는 대상을 직접 작업실로 불러서 그리거나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증기기관차와 튜브물감은 화가들로 하여금 원하는 곳 어디서든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화가들이 교외로 나가 멋진 풍경을 보고 그 풍경에 자신의 "인상"을 담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인상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교외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따라 그림을 그렸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빛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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