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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OND Apr 26. 2020

미술과 미술사; 까미유 부인의 죽음

취향잡기 1.0

중,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보면 미술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에 하나였습니다. 끄적끄적 낙서하는 것은 좋아했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기성적이 좋지 않았고 암기과목에 가까웠던 이론 수업도 재미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 저는 미술을 어려운 것,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술에 대해서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피카소는 추상화를 그린다.", "고흐는 귀를 잘랐다.", "미술 교과서 표지는 몬드리안 그림이다." 정도 였습니다.


미술관에 갔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허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해외여행을 가게되면 의무감에 유명한 미술관에 꼭 들르긴했지만 항상 미술관을 나와서는 "와~ 모르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미술에 대한 관심없이 살아가던 어느날 활동하던 어떤 모임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찍기 원데이 클래스"를 듣게되었습니다. 당시에 진행자는 사진의 탄생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며 수업을 시작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사진이 발명된 후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것은 의미가 없게되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인상주의 미술이 시작되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장 처음 이해한 미술역사,미술의 이야기였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저는 우연히 "모네"의 기획전시 티켓을 얻게되어 미술관(정확히는 전시회장)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일정이 맞지 않아 혼자 가게되어 "나는 혼자서 미술관도 감!"하는 허세로운 마음과 사진수업 진행자에게 들은 인상주의의 역사에 대한 짧은 지식을 가지고 처음 제발로 미술관에 가게되었습니다.


모네의 대표작(좌: 인상, 해돋이 / 우: 수련 연작)

모네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전시를 봤다면 "인상, 해돋이"나 "수련 연작"같은 모네의 대표작을 유심히 봤겠지만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모네=인상주의, 인상주의=마냥 똑같이 그리는 것은 아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전시회장 벽에 붙어있는 설명들을 열심히 읽으며 그림들을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에서 저의 "최애작품"을 만나게됩니다.

까미유 부인의 죽음 - 모네

"까미유 부인의 죽음"이라는 작품은 모네가 그의 아내가 죽은 후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것이라고 합니다. 모네의 대표작은 아니지만 저는 이 그림을 보며 미술, 특히 그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어떤 그림보다 이 그림 앞에 오래 서있었습니다.


분명 모네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카미유 부인의 죽음"을 목격했을 겁니다. 그들이 목격한 "카미유 부인의 죽음"은 사실 모두 같은 모습일 겁니다. 숨을 거둔 카미유 부인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 하지만 그 것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모두 다르게 기억할 것입니다. 마치 똑같은 11월의 밤하늘을 보더라도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과 대학교 1학년 그리고 군대에서의 기억이 다른 것처럼요.


이 그림을 보며 저는 처음으로 미술가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요즘도 적당히 술에 취해 집에 걸어갈 때의 기분 좋은 경험을 그림으로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카미유 부인의 죽음"이라는 그림을 만난 이후로 꽤 미술에 관심이 생겨 미술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싶은 미술은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나 그림의 수준은 아닙니다. 크게 관심이 없기도하고 사실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본적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알고싶은 미술은 사진기의 발명 후에 인상주의 미술이 시작된 것처럼, 모네가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그림으로 남긴 것처럼 작품과 미술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첫번째 취향잡기는 바로 이런 미술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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