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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보르미 Nov 20. 2021

항암치료 여부를 제가 선택하라고요??

희망 서사 4

랑게르한스 세포조직구증

;단구·대식세포계의 조직구가 여러 장기에서 증식하여 증세를 일으키는 질환.


랑게르한스세포는 암세포와 다르게 우리 몸에 포함되어 있는 세포로 자체적으로 존재.

우리 몸에 포함된 세포의 문제이기에 재발률이 높음.

성장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며 완치가 아닌 치료종결이라는 표현 사용.




MRI 촬영 후 우리에게 의심됐던 병명은 골육종이었다. 예후가 좋지 않은 병이라 걱정이 컸다는 의사 선생님은 다행(?)이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셨다.

이제 병명도 나왔고 치료를 시작하면 된다.

항암치료를 위해 소아외과와 협진을 했고, 항암 주사 주입을 위한 케모포트 시술을 위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케모포트 삽입모습
케모포트란
반복적인 항암제의 투여로 말초 혈관의 변형, 혈관 밖으로 새어나가는 등의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좌측 또는 우측 가슴의 피하 지방층에 케모포트(도관 + 실리콘 고무; 바늘 삽입 부위)를 삽입하여 중심 정맥관으로 항암약물요법을 안전하게 시행하는 방법.


그리고 아이에게 수술에 관해 설명을 했다.

케모포트 삽입 환자의 사진을 보던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피부가 불룩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제 한참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6학년.

그동안 아플 때 외엔 울지 않던 아이가 보이는 눈물이라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내가 단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건 꼭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올 때마다 혈관을 찾아 주사를 꽂아야 하고 그러면 혈관 찾기도 어려워지고 너도 정말 힘들 거야.

어쩔 수 없어. 꼭 해야 하는 거야”

휠체어에 앉아 훌쩍대고 있는 아이를 보니 자꾸만 마음이 약해졌다…


바로 골연부조직 선생님의 외래진료가 이어졌다.

선생님도 골육종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위로를 하셨고, 나는 케모포트 일정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갑자기 선생님이 한참을 말씀을 없으시더니


"현재 발병 부위는 1군데 단일 병변입니다.

특히나 뼈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이럴 경우 항암 없이 지켜보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어머님이 지켜보는 동안 많이 불안하기도 하겠지만, 제가 수술로 최대한 많이 긁어냈고, 저는 기다려봐도 괜찮을  같은데 소아종양과 선생님과 제가 상의해 보겠습니다. 우선 외과 스케줄은 취소하시는  좋을  같습니다."


방금 전 케모포트를 하기 싫다고 울던 딸아이 얼굴이 스치며 너무 잘됐다 싶은 생각반, 암 치료를 그냥 지켜봐야 한다는 걱정 마음 반.

그렇게 며칠 뒤 다시 소아종양과 외래진료.

"랑게르한스 세포조직구증이 한 부위 뼈에서 발병했을 땐 항암 없이 지켜보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햇님이 같은 경우엔 통증에 시달리고 있고, 그 통증을 조절하는 방법은 항암치료 밖에 없습니다.

항암치료 여부는 부모님이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내 병의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거라면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 결정에 아이의 인생이 걸려있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통증의 지속 여부가 걸려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항암치료 환자들을 봐왔다.

피할  있다면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진통제와 스테로이드에 반응해 통증이 조절되는 아이를 믿으며 우리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이는 약을 챙겨 휠체어를 타고 학교갔고,

나는 아이의 등하교를 위해 단축근무를 시작했다.

아이가 그 지경인데도 출근해서 일하는 나에게 친한 동료가 지금 뭐가 중요하냐고 물었던 날, 참 많이도 울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그때의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의 상황을 이루기까지 가장  도움이 됐던  일상생활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노력했던 우리의 선택이었다.

우리가 학업을 중단하고, 나는 휴직계를 내고 집에만 있었다면 이렇게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있었을까?

절대 그러지 못했을 거라고 단언한다.

다행히 우리는 조금만 노력하면 일상생활 유지를   있는 상황이었고,  그 일상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아이는 아파도 학교 가서 아프다 보니  옆에 있는 것보다  버틸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배려로 학교생활도 무척 재밌게 하고 있었다.

나는 출근해서 아이와 떨어져 있다 보니 마음 추스리기도 좋았고, 바쁜 날은 정신없이 일에 빠져 있기도 했다.




6학년 생활의 꽃.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학여행이 곧 있다.

아이는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만, 학교에선 휠체어 탄 채로 수학여행을 가는 건 무리라 함께 가는 건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기대에 잔뜩 부불어 있는 아이에게 나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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