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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보르미 Nov 27. 2021

수학여행을 따라 간 엄마

희망 서사 5

"엄마 6학년 생활의 꽃이 뭔지 알아?"

"6학년 생활의 꽃? 알지~

당연히 공부지~^^"

"엄마! 수학여행이야~

하룻밤 자고 오는 수학여행~

드디어 나도 갈 수 있다~~"


5학년 때부터 수학여행을 그렇게 노랠 부르더니, 학년이 바뀌자마자 기대에 부풀어 있던 아이.

나는 그런 아이에게 휠체어를 타고는 수학여행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뭐라고? 아... 흑흑흑..."

별다른 말도 못 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딸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건 참으로 가혹한 일이다.


"엄마, 나 목발로 걷는 연습 할래"

"뭐? 안돼. 위험해!"


내 말을 들을 리 없다.

집에선 휠체어 타기가 힘들어서 이미 목발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쉽게 지쳤었는데, 이젠 목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연습하겠다는 거다.

주치의 선생님은 혹시나 골절이 될 경우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며 수학여행은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아이의 의지가 너무나 확고했다.

나는 담임선생님 휠체어 말고, 목발 사용  참석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6학년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은 회의를 하셨고, 목발 사용 시 참석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 전제조건 이 붙었다.

수학여행에 엄마가 보호자로 동행해 줄 것!


그때부터 아이는 휠체어를 타지 않았고, 틈이 나는 대로 걷기 연습을 했다.

사용하지 않은 다리의 근육이 많이 빠져 두 다리의 굵기마저 다른 상태.

나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귓가를 맴돌며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지만, 아이는 목발로 인해 겨드랑이에 멍이 들 정도로 집중해서 연습을 계속했다.


드디어 수학여행 당일.

엄마가 되어서 가게 되는 수학여행이라니...

가벼운 배낭을 메고 맨 뒷줄에 섰다.

재잘재잘 떠들어 대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비교의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왜 하필 내 아이일까...

왜 하필 우리 가정일까...

눈을 꼭 감아 버렸다. 더 이상 생각이 가지를 뻗치지 않도록...  



6학년 생활의 꽃 수학여행 중, 보는 것만으로도 예쁜 아이들


엄마랑 같이 하는 수학여행이 불편할까 걱정했는데,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롯데월드.

많이 걸어야 하는 그곳에서 목발로 걷는 게 힘들었던지 아이는 나에게 와서 목발을 슬쩍 밀어놓고 두발로 걷기 시작했다.

골절과 통증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지만 들떠 있는 아이에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어서, 차라리 보지 말아야겠단 생각으로 나는 커피숍 구석에 앉아 책을 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잘 지내니 그냥 돌아가셔도 좋다는 말씀을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진통제 한 알을 복용하고 잠도 잘 잤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아셨다면 노발대발할 일이었겠지만, 우리에게 수학여행은 회복의 속도를 3배 정도는 당겨주는 멋진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에게 주워지는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했고,

우리에게 아픔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하고 보냈을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왜 하필이라는 우리라는 생각에서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일상....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 알게 됐고, 그 소중함으로 인해 우리의 회복은 하루하루 가속도가 붙는 듯했다.

스테로이드 약의 부작용으로 살도 찌고, 얼굴도 많은 부은 상태로 졸업앨범을 찍었지만 그 앨범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진통제를 먹는 횟수도 서서히 줄었고, 스테로이드 용량도 서서히 줄여나갔다.

병원을 갈 때마다 긁어내 비어져 있었던 뼈는 쑥쑥 자라 있었고, 암덩어리는 그 크기가 조금씩 사라져 갔다.


발병 1년째 재발률이 30%라는데 우리는 잘 넘겼고, 아프지 않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그때쯤 내게 닥친 또 다른 시련... 이번엔 내가 암 판정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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