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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보르미 Jun 29. 2021

딸의 성형수술을 집도한 엄마

관상

관상 : 사람의 얼굴에 나타는 기운을 보고 그 기운을 풀어보는 것

관상의 핵심 (5관) : 이마, 눈, 코, 입, 귀


나는 좁고 볼록한 이마를 가지고 있었다.

잔머리가 너무 많아 이마의 양쪽 끝은 잔머리와 눈썹이 연결되어 있었고, 엄마는 좁은 내 이마가 관상을 해친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선택한 엄마의 방법.

엄마는 집게로 내 이마의 잔머리들을 뽑기 시작하셨다. 더 나아가 이마를 덥고 있는 머리카락도 뽑아 인위적으로 이마를 넓혔다.

처음에는 너무 아팠고, 하고 싶지 않았지만, 늘 순종적이었던 나는,

엄마 말씀에 따르는 것만이 미덕이라 여겼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 머리 뽑기의 시작은 6학년쯤.

엄마는 하루 일과를 끝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잠들어 있는 나의 머리를 허벅지에 올려 내 머리카락들을 뽑아내셨다.

따끔 거리는 아픔에 자다 깬 나는 졸린 눈으로 하지 말라는 말만 하고 더 이상 엄마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렇게 머리를 뽑고 난 다음날이면 머리카락이 뽑힌 자리는 하얀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 모습이 창피해서 일부러 앞머리를 앞으로 더 많이 내리고 학교를 갔다.

바람이 불어 앞머리가 옆으로 갈라지면서 드러나는 인위적인 라인의 하얀 피부를 누가 볼까 감추기 바빴고, 시간이 지나 뽑은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나기 시작하면 더 어색해서 열심히 앞머리로 이마를 가렸다.

13살쯤 시작된 성형수술.

엄마는 10년을 조금 모자라게 내 이마를 넓히는 뽑기 수술을 시행했고 그 자리에 지금은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게 되었다.

성형수술이 성공한 샘이다.

나는 잔머리가 없는 넓은 이마를 가지게 됐다.

정말 넓어진 내 이마 덕택에 내 관상은 달라지고 내 삶은 달라졌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그만하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엄마를 못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머리카락이 뽑히는 그 아픔을 참을 수 있었던 이유.

관상의 힘을 믿어서?

그렇진 않다...



남편과 일곱 명의 자식뒷바라지하느라 늘 바쁜 엄마가 오로지 그 시간만은 나에게 집중하고 계셨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시간만큼은 나만 바라보셨던 것.

엄마의 무릎에 누워본 기억은 그 외엔 없다.

어리광이 뭔지도 모르고 자란, 애어른 나는.

그 시간이 엄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결혼하고 딸을 낳았다.

딸도 내 이마를 똑 닮았다.

필요하면 나중에 헤어라인 수술해줄게.

하지만 그 이마도 참 매력적이야. 예뻐.

이것은 나의 사랑법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딸을 사랑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고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내 머리를 만지며 잘 되길 바랬을 그 엄마와

지친 몸의 땀냄새라도 맡고 싶었던 딸이 그려지며

사람 다 측은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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