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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Mar 10. 2016

안녕, 안녕,

마침표를 쓰지 못해 쉼표만 가득한,


2016, 03, 10, 새벽 5시


안녕, 당신, 잘 지내?

나는 오늘도 당신이 그리워서 이렇게 편지를 써,


그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자꾸 울고 있어, 울게 돼, 우는 것밖에 못하겠어,


봄이라더니,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도 지났다더니, 웬 날씨가 이렇게나 추운 걸까? 어째서 바람이 이렇게나 차가울까?


어쩌면 당신이 날 보던 그 눈빛이, 날 잡아주던 그 손길이, 날 안아주던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알게 하려고 날이 이토록 추운 걸지도 모르겠다고, 한겨울에 만난 당신을 오래 기억하라는 하늘의 계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당신의 부재가 시린 손끝을 더욱 얼게 만들지만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어, 조금 있으면 길거리에 분홍색이 만개하겠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그것들을 살짝 꺾어 귀에 꽂고 예쁘게 웃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이겠지,  누군가는 계절맞이 노래를 하고, 누군가는 계절맞이 고백을 하겠지, 그렇게 사람들은 어김없이 찾아온 이 계절을 받아들이고 감당하겠지, 당신도 역시 그들처럼 새 계절에 적응하겠지,


하지만 나는 당신 없는 이 계절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다음 계절도, 그 다음 계절도 두려울 뿐이야, 그저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그 겨울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뿐이야,


당신이 내 마음에 조심스레 옮겨 붙였던 불씨는 봄바람이 닿자마자 꺼졌고, 심지는 무참히 꺾여버렸어, 타다 말아 움푹 패인 자리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버렸어,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겨울보다 더 따뜻한 계절을 맞이할 수 없을 것 같아, 눈물 때문에 어느 누구도 다시 불씨를 심어줄 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꺾인 심지를 바로잡아줄 사람도 끝내 없을 것만 같아,


안녕으로 시작된 우리의 인사는 결국 쉼표와 마침표로 나뉘어 영영 갈라서게 되어버린 거겠지? 너무 서글퍼서 또 눈물이 나, 안녕은 쉼표와 마침표의 비중이 큰 단어 중 가장 슬픈 단어구나, 나는 마침표를 써야 할 자리에 꾸역꾸역 쉼표를 집어넣고 있어, 이거 봐, 이 편지에도 온통 쉼표 뿐이야, 이렇게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쉼표들로 당신의 마침표를 모른 체하고 있어,


당신, 당신, 당신, 이렇게 세 번만 부르면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금방 눈에 염분이 들어차 따끔따끔해지고 마는데, 매일 이렇게 당신이 그리워 울고, 매일 당신을 그리워하는 낙으로 사는데, 내가 어떻게 마침표를 받아들이겠어, 내가 어떻게 당신 없는 새 계절을 맞이할 수 있겠어,


마음의 준비가 덜 됐는데 어떻게 당신을 잊겠어,


알아, 나는 끝끝내 당신의 마침표도,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도 이길 순 없을 거야, 하지만 당장에는 인정할 수가 없어서 그래,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그리움을 호소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어서 그래,


당신 없는 계절들을 눈물로 지새다 그만 지쳐서 마침표를 찍고 싶은 날이 오면, 그 언젠가 쉼표를 마침표로 바꿔도 괜찮을 날이 오면, 그때 이 편지는 다시 쓰일 거야,


안녕, 이 아니라 안녕. 으로


그때까지당신이 많이 그리울 거야,

나는 아직 새로운 계절이 버거워, 이 계절들을 통틀어 당신에게 넘겨주고 그때 우리가 살던 그 따뜻한 겨울에서 영영 살고 싶어,


아직은 안녕, 당신, 나의 당신,

오늘도 그립고, 내일도 그리울 당신,





윤글,

Instagram.com/amoremio_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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