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뒀던 책을 팔았다. 이사를 핑계로. 이번이 두 번째다.
책을 파는 건 뭔가 글을 썼던 사람으로서 약간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느끼게 만든다. 작가분들에게 죄짓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 건 잠깐이다. 나는 계속 원룸살이를 하고 있고 책을 팔 때의 일말의 가책보다 책들이 사라진 자리에 생기는 새 수납공간이 주는 만족이 지금은 더 크니까.
다음에 내 공간이 조금 더 넓어지면 꼭 책장으로 꽉찬 벽면을 꾸리고 싶다. 카메라들도 옆에 예쁘게 놓고,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내 취미공간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
가끔 그렇다.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이유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