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때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그런 시기가 오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나에게는 한 4년 정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도대체 그걸 누구랑 해야 하는지 몰랐다. 아무나 붙잡고 나를 사랑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
사랑받고 싶다면 나를 먼저 사랑하라는 말이 가장 어려웠다.
나를? 내가? 어떻게? (이건 아직도 어렵다.)
사랑의 정의를 철학적으로 따지기보다는 그저 나의 감정을 내가 잘 몰랐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땐 정말 알고 싶었는데 모르니까 약간 안달이 나있었던 것 같다. 갈증 같았달까. 다들 하는데 나는 왜? 같은 초조함을 바탕으로 한 갈증이었다. 이십대 초반이었고, 그때 주변에서 다들 연애를 하거나 연애가 주된 관심사였으니까.
남들 하는 건 일단 따라서 해야 한다, 그런 강박은 살아가는 데에 하등 쓸 데 없단 사실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부류의 것이어서 그때는 알 도리가 없었다. 나도 하고 싶었다. 사랑을.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랑받고 싶었다.
그때 내게 왔던 사랑의 형태 중 기브 앤 테이크가 잘 이뤄지는 사랑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잘 맞닿지 않았다. 그게 마음인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딘가 결여된 채로 그저 그렇게 끝나버렸다. 끝이었는지 시작도 아니었는지 모르는 그런 것들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때 내가 원한 건 사랑이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어렸으니까, 그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과거는 과거에 두는 게 이롭다. 새벽에 이런 생각은 꽤 위험하다.
여전히 궁금하다. 사랑이 뭘까. 다만 그 궁금증이 나를 말라죽게 할 것 같지는 않다. 몰라도 된다. 알아도 몰라도 나는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다. 사랑을 해도 안 해도 내일은 온다. 어차피 할놈할, 될놈될 그런 거다. 그런 와중에 사랑이 뭔지 가끔 궁금하다. 그놈의 사랑이 뭐길래 누군가의 인생은 완벽해지기도 하는지. 그게 대체 뭔데 그것 때문에 울고 웃고 하게 되는지. 가끔은 알겠고, 가끔은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인 채로 여전히 나는 어떤 형태의 사랑을 줄곧 해왔고 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