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나의취향과 윤글 Mar 30. 2016

여행을 하려 해요

행복한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여행을요.

안녕, 당신



하루가 기네요. 억수처럼 쏟아지던 비도 이제 멎었어요.


저는 요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그러니까 당신과의 기억에서 잠시라도 멀어지고 싶어서요. 당신은 모르겠죠, 이 기억들 때문에 지금 제가 얼마나 괴로운지.


아프고 슬픈 기억만 있는 건 아니에요. 멀어지려는 이유가 아프고 슬퍼서가 아니거든요. 실은, 저를 괴롭게 만드는 당신과의 기억들 대부분이 아주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기억들이에요. 당연하죠, 당신과 함께였으니까요.


근데요, 행복한 기억들은 현재의 행복을 갉아 먹으며 자라나거든요. 그래서 제 현재는 덜 행복하고 그때의 행복만 이만큼씩 더 커져요. 그래서 제가 아픈 거고.


여태껏 당과 함께 있던 자리에서 밥을 먹고, 잠도 자고 그렇게 생활했더니 꿈을 거의 꾸지도 않던 제가 이제 거의 매일 당신 꿈을 꿔요. 그리고 여기 있으면 뭘 하다가도 문득문득 맞은 편에서 당신 목소리가 들려요. 그렇게 결국 두 달도 넘었고. 아프지 않은 게 아니라 너무 아픈데 참다 보니 무뎌져버렸어요.


당신과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고, 낯선 이들 틈에서 진짜로 혼자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 외치고 싶어요. 여태 잘 견디고 버텨냈지만 너무 아파서 더 이상은 힘들다고 허공에다가 외치고 싶어요. 그러면서 펑펑 울어버리고 싶어요. 낯선 곳에, 낯선 이들 틈에서 다 털어내고 싶어요.



아아, 낯선 곳에서는 조금 솔직해질 수 있을까요?



어디로 떠날지, 언제 떠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그냥 내킬 때 갑자기, 어디로든 떠나버릴 거예요. 당신에게 배웠어요. 갑자기 떠나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작아져 가는 현재의 행복을 되찾고 싶어요.



아아, 여행지에서 당신과의 기억을 몽땅 털어내고 돌아올 수 있을까요?







윤글,

Instagram.com/amoremio_yoon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