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행복했었지.
당신과 함께 하는 날들을 상상했어. 매일매일 사랑스러운 당신과 함께 하는 행복한 상상들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당신 가슴팍이 보이고 그제야 부끄러워 내가 당신 품을 벗어나려 몸을 웅크리면, 당신이 부스스 눈을 뜨며 낮게 웃다가 덜 깬 목소리로 "어딜 가, 이리 와" 하며 나를 잡아당겨 꼭 안아주는 상상,
너무 덥지 않은 날에 손잡고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꽃과 나무, 여린 풀들을 구경하다 벤치에 앉으면 당신이 내 무릎을 베고 누워 날 올려다보고 나는 또 그런 당신이 좋아 내려다보며 서로 웃는 그런 상상,
꽃을 좋아하는 내가 길가에 핀 예쁜 꽃을 발견하고 당신을 뒤로 한 채 쪼르르 달려가 휴대폰을 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당신이 뒤에서 날 안아주면서 "꽃이 좋아, 내가 좋아?"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질투를 하는 귀여운 상상,
밤에 길을 걷다가 갑자기 꼭 안아주며 귓가에 사랑한다, 사랑한다, 또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로맨틱한 상상까지.
그렇게 별별 상상을 다 하면서 기다렸어. 당신과 내가 지금은 함께일 수 없었으니까. 멀리 있어도 매일 연락하면서 항상 당신이 옆에 있다고 여기며 참고 기다렸다고.
그런데 이 상상들이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달았어. 당신의 상상 속엔 내가 없었단 것을 깨달았어.
갑자기 뚝 끊긴 연락 덕분에.
멀리 있는 우리 사이를 유일하게 이어주는 방법을 차단당한 내가 혼자 어땠는지, 얼마나 오래 아팠는지 당신은 모르겠지.
이럴 거면 왜 내게 당신의 신부가 되어 달라고 한 거야? 장난이었어도 그러지 말았어야지. 돈 열심히 벌고 있다고, 같이 살려면 돈 많이 필요하겠지 하면서 웃었던 당신은 대체 누구야.
미래를 그렇게 그려놓고, 그 미래 속에 날 이렇게 두고 사라지는 게 어디 있어. 현실로 돌아가는 방법은 알려주고 갔어야지.
나쁜 사람. 차라리 다가오지 말지. 날 이렇게 혼자 두고 돌아오지 않을 거면 다가오지 말았어야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웃어주고, 다정하게 구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지.
그러지 말았어야지.
지겹도록 행복했었는데, 지치도록 불행해졌어.
당신 덕분에, 당신 때문에.
왜 그랬어, 대체 왜.
나는 정말 진심이었는데.
나는 당신을 많이 사랑했는데.
윤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