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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Mar 31. 2016

당신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는 중이야.



안녕 당신, 여전한 나의 사랑. 오늘 하루는 어땠어? 잘 보냈어? 솔직히 나는 잘 못 보냈어.


막연히, 생각해 왔었어. 당신이 꼭 금방이라도 떠날 것 같아서 매일매일 상상했었어. 이별을. 우리의 마지막을. 그렇게 준비하고 연습했던 이별인데도 어쩜 이렇게 괴로운지. 역시 연습과 실전은 달라. 너무 힘들고 아프다.


당신 참 나빠. 너무 나쁜 사람이야. 나는 당신 옆에 있었는데도 외로웠어. 당신은 내게 곁을 내어 준 것도, 주지 않은 것도 아니었어. 그냥 내가 당신 사랑하니까 내버려두는 거였어. 나를 사랑해 보려고 한 적 없잖아.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만든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사랑한단 얘기도 한 마디 한 적 없었잖아. 나는 자주 말했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당신은 대꾸 한 마디 하는 법 없이 그저 희미하게 웃기만 했었잖아. 그게 날 참 비참하게 만들었다는 거 알아? 아, 생각해 보니 당신이 대꾸를 어떻게 했든 난 그냥 비참했을 거야. 당신 목소리 톤이 낮아질 테니까. 당신은 진심이 아닌 말들을 내뱉을 때에는 좀 더 낮은 톤으로 말하니까. 그리고 당신은 참 무자비해. 무너져 내리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그 눈빛, 그 눈빛을 오롯이 받아내는 동안 내 속에서 얼마나 많은 빛이 사라졌는지 모르지. 당신 곁에서 나는 계속 빛을 잃었고, 결국엔 당신 옆에 있을 때만 세상을 볼 수 있었어. 이제 당신이 없으니 세상이 온통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 와중에도 당신이 보고 싶어. 나는 아직도 당신이 좋아. 이렇게 당신을 미워하면서도 당신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당신을 좋아하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 이런 나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어제 부로 더 이상 당신을 다정히 부를 수가 없다는 게, 당신의 눈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게,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게 너무 슬퍼.


멍하니, 그냥 멍하니 '어제의 연장'을 살고 있어. 오늘이 아니라 어제의 연장. 오늘이라고 했다간 당신과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해야 될 것 같아서 못 견딜 것 같아. 나는 계속 어제의 연장을 살고 있고, 한동안 나에게 ‘오늘’은 없을 것만 같아.


당신, 여전한 나의 사랑, 당신은 오늘을 살고 나는 어제를 살아.

우리가 이제 더 이상 같은 시간 아래에서 살 수 없게 된 거겠지. 참 슬프다.



p. s. 혹시, 아주 만약에 당신도 내가 보고 싶어지면 돌아와서 안아줘. 기다릴게. 당신이 나를 보고 싶어 할 때까지. 그때까지만. 나는 항상 당신이 보고 싶어.



여전히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의 향으로 가득한 어둠 속에서.








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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