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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Apr 06. 2016

길을 잃었다

내가 잃은 길에는 앞뒤가 없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치 않을 때, 내가 바라고 상상했던 일들이 이뤄지지 않을 때 그럴 때마다 나는 길을 잃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것만은 언제나 당연하게 당연했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눈앞은 새하얗거나 아주 깜깜해서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어주던, 그렇게 너무나 당연하던 사람이 없다. 이제 없다.


아, 이것 때문에 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의미들이 자꾸 사라진다. 사람 하나가 없을 뿐인데 당장 내 눈에 들어오는 그 어떤 풍경도 다 죽은 것 같다. 세상은 흑백사진처럼 거멓게 멈춰버리고. 그저 짜디짠 눈물만, 방울져 떨어지는 이것만 살아있는 기분이 들고.


나는 단지 영원이 어딘가에 있고, 그게 우리일 거라 믿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욕심이 났고. 그래서 그냥 믿었다, 믿어버렸다. 그랬더니 그 사람 없는 당장의 눈앞부터 자꾸 허물어진다.


어제는 살 수 있겠다가, 오늘은 죽겠고, 오늘은 죽겠다 싶어도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다 모르겠다.

앞으로 가야 하는지 뒤로 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길을 잃었다.






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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