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당신이군요.
감기는 약도 없는 병이래요. 불치병은 아닌데 그렇다고 쉽게 낫지도 않는다구요. 약을 먹어도 일주일, 안 먹어도 일주일이라고 제 친구가 그러던데, 웃기지 않아요? 아 그리고, 혹시 이거 알아요? 살면서 감기에 한 번도 안 걸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대요. 원인이 바이러스, 세균 같은 건데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전이도 쉽고, 변형도 너무 쉬워서. 신기하죠.
근데 있죠, 저는 너무 자주 걸리는 것 같아요. 무슨 감기 바이러스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건지, 매 계절마다 크고 작은 감기를 달고 살아요. 이제 이 질병에 너무 익숙해져서 웬만해선 병원도 안 가요. 병원이 싫기도 하고, 가봤자 소용없는 약만 수두룩하게 받아오니까 그것도 싫고.
저는 역시 지금 감기에 걸려 있어요. 목이 막 간질간질한데 기침을 아무리 해도 괜찮아지질 않고, 콧물은 어디서 이렇게 생기는 건지 끊임없이 흐르고, 사람 많은 데선 눈치 보여서 콜록거리는 것도 마음대로 못해요. 이거 참 불편해요.
살면서 한 번도 안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지금도 걸려 있고, 많이 불편한.
아, 당신이군요.
감기 같은 사람.
이 감기 같은 사랑.
진부한 결말, 저는 어떻게든 당신으로 귀결되는 글을 쓸 수밖에 없나 봐요.
당신도 어쩔 수 없이 걸리게 되겠죠. 감기에, 말하자면 사랑에. 살면서 한 번도 안 걸리는 건 불가능하다니까요. 아, 이왕이면 당신이 걸릴 감기의 원인은 저였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이좋게 서로를 앓았으면 좋겠어요.
어쩌죠?
지금 저 혼자 앓는 감기는 많이 독한 것 같아요.
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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