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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Jul 04. 2016

궁에 다녀온 그 후,

사진, 사랑스런 달해빛 준희 인스타그램 (@adorable.moi)




예전에 궁에 다녀왔어요. 아주 예전에 갔었는데, 너무 더웠고, 저 말고도 아주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었죠.


궁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그래서 갔던 건데 작은 책자를 들고 혼자 누비기엔 궁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궁 설명을 해주시는 분을 따라다니기로 했죠. 그 분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키가 작은 저는 그 사람들 머리와 목 사이로 궁을 살폈어요. 한여름이라 너무 덥고, 붐비는데, 나중엔 비까지 와서 저를 힘들게 했죠. 고달픈 하루였어요. 아, 아무튼


궁은 참 크고, 넓은데다가 아주 아름다웠어요. 이 아름다운 궁을 보고, 알기 위해 제가 다녀가기 이전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제가 다녀간 이후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겠죠. 참,


쓸쓸했어요. 정말 쓸쓸했어요.


궁궐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살았죠. 하지만,

지금은 없죠. 아무도. 역시 하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와요 여전히. 또 하지만,

그게 제일 쓸쓸해요. 모두 손님이 된다는 것.


궁에는 주인이 없어요.


궁궐도 집이죠, 엄연히 누군가의 주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조선시대의 왕이든, 누구든요.


근데 이젠, 누구도 그곳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마당을 거닐 수도 없어요. 그저 궁, 터, 문화유산과 관광지. 그 정도의 기능을 해요. 그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여기서 살고 싶단 말을 하면, 정말 우스갯소리가 되죠. 정말,


쓸쓸한 일이죠.


제가 조선시대의 왕이 아니어서 쓸쓸한 게 아니라,

그저 그 공간이, 이제는 누구의 자취도 허용되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게 괜히 쓸쓸했어요.


맞아요, 아마도 제가 그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혼자였던 탓도 있을 거예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제가 그때 혼자가 아니었다면 궁이 쓸쓸하단 말을 하진 못했을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었을 테니까.


말도 안 되는 걸 알지만, 너무 잘 알지만.


쓸쓸했어요. 궁궐에 아무도 없다는 게.


아무도 살지 않는, 살 수 없다는 게.


그저 그게 참 쓸쓸했어요.


쓸쓸해요, 참.









윤, 그리고 글.

Instagram.com/amoremio_yoon

사진 출처 링크

instagram.com/p/BC0Pitcgw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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