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볕도 따가워서
울기 좋은 여름 한낮,
연한 살갗 위로 생채기를 잔뜩 내어서
핏방울을 치렁치렁 걸친 채로
하늘과 가까운 곳으로 간다.
쨍한 태양을 맞닥뜨리면
과부하 걸린 두꺼비집처럼
눈꺼풀이 툭 내려앉고,
눈꺼풀이 닫히니
한 순간에 하얗게 암전되는 세상.
눈 위로 아른거리는
하얗고 깊은 태양의 잔상.
흉진 몸 곳곳을 파고드는 그것에
달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주고
눈 감은 채로 허공을 짚어본다.
희밝은 달과 따가운 살갗을
손으로 벅벅 긁고 문지른다.
겨우 아문 상처를 잡아뜯게 만드는
당신의 푸르뎅뎅한 입술 정도야
저 달 아래서는 거뜬할 뿐이다.
윤, 그리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