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나의취향과 윤글 Sep 12. 2016

가시, 나의 유언



1.

당신, 나의 당신. 가시를 가진 줄 모르고, 이 손을 무작정 잡아달라 요구했던 불찰을 부디 용서하세요. 언젠가 위태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쯤에는 다 잊었다고, 이제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뉘우치고 있습니다. 온몸에 돋아나 있는 가시를 꺾어내고 있습니다. 꺾을 때마다 뼈마디를 꺾는 듯 고통스러워 모가지가 다 휘어집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당신에게 저지른 불찰을 용서받을 수 있다면.









2.

허공에서 부서질수록 반짝이는 당신, 나의 당신.


당신은, 저녁 나절부터 슬며시 새어 드는 노을빛처럼, 한없이 짙어지기만 하그리움의 주인이십니다.


애가 탑니다. 당신 올 줄로 믿고, 언제든 당신 오면 웃을 수 있을 줄로 믿고, 나의 생 살을 찢고, 곳곳에 박혀 있는 그리움을 무작정 견디고는 있지만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럽습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당신 체온이 사그라지던 그 순간부터는 당최 계절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어둠을 품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동공엔 언제나 당신의 허상이 맺히는데, 당신은 이런 날 두고 어디에 있으십니까.








3.

그대 세상의 사각지대에서 언제나 기다리겠습니다.








4.

당신 이름 석 자 불러 보려 시작한 문장들은 어디에서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르겠으니, 제 삶의 끝을 맺는 편이 낫겠어요.


당신, 부디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윤, 그리고 글.

매거진의 이전글 계절앓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