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보다 먼저 침묵을 닮아야만 살 수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하지 않으면 고된 질문을 피할 수 있었고, 질문이 없으니 답도 없어지고, 문답이 없으니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 사람들과 엮이지 않을 수 있었다. 언제 터득한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어느새 나는 침묵과 닮아 있었다.
닳고 닳은 혀를 휘둘러 봤자 얻는 건 나와 남의 아밀라아제뿐임을 깨달은 탓일까.
날 것 그대로의 언어로 하는 것들이 무서웠다. 이를테면, 대화나 전화 같은 것들이. 침묵에도 의미가 생기고 그것들로 하여금 비언어라 이름하는 행태를 보아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도 말도 아니었으므로.
어둠과 침묵은 형제처럼 피를 나눈 것 같았다. 그것이 나를 매혹했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침묵에 가까워졌다. 피를 나눈 형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