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바라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전에 내가 너한테 꼭 그랬지. 하늘 좀 보고 살라고, 속에서 빛이 꺼지면 밖에서 햇빛이든 달빛이든 빌려올 수 있으면 빌려오라고, 속에서 어둠을 썩히지 말라고, 그래도 된다고.
근데 너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그러지 않았어. 속이 썩는 걸 알면서도 하늘을 보지 않았어. 빛은 필요없다고, 괜찮다고 애써 말하면서. 속에서 썩은 어둠에서 곰팡이가 피고 악취가 나는데도 하늘을, 빛을 보지 않았어. 아니 보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며칠 전에 오랜만에 하늘을 봤어. 다행히 별이 많더라. 풍성한 밤을 가꿔놓은 하늘에게 조금은 고마웠어. 그러다 이 아름다운 밤을 너와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게 조금 서러웠어.
잘 지내지? 이 하늘 아래 우리 같이 있던 날들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