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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Mar 25. 2017

나를 이해하지 않아도 돼.

난 있잖아, 사람 잃는 게 너무 싫고 많이 무서워. 이 사람이 당장 오늘 밤부터 더 이상 나를 염두에 두지 않겠다 싶으니까 그게 너무 슬픈 거야. 슬프고 슬프고 슬프기만 하다가 밉기도 하고, 이기적이게 원망도 하고, 그러다 보고 싶어 하고. 이게 내가 이별을 대하는 방식이야. 사실 무슨 방도가 있겠어. 잃은 건 잃은 건데. 그냥 그뿐인데. 근데 난 있지, 나를 떠난 사람이 돌아올 거라고 막연히 믿어. 돌아올 거라고 믿는 버릇이 든 내가 싫지 않아. 쿨하지도 않고 바보처럼 기다리는 사람인 게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해. 슬퍼하고, 슬프다가도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그 끄나풀 붙들면서 어떻게든 버텨내고, 이렇게라도 나, 살아 있잖아.


알아.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난 언젠가 괜찮아질 거야. 응, 알아. 나는 지금 그 사람과 함께인 채 괜찮아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영 가망이 없으면 이대로 괜찮아질 거라 믿는 게 더 빠른 방법일지도 몰라.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나 좀 더 힘들고 좀 더 미련스러워도 말이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면 안 될까. 조금만 더. 그 사람도 힘들 거라고, 나만 이런 거 아니라고, 언젠가 한 번은 나 때문에 힘들어서 내 쪽을 돌아볼 것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나 진짜 바보 같은 거 알고, 버티는 방법은 무수하게 많겠지만 내가 택한 거니까.


아직 나는 끝이 안 났어. 나한텐 너무 소중한 진행형이야. 미련이 아니라 아직 사랑이기까지 해. 이렇게 소중한데 어떻게 버려. 이렇게나 반짝이는데 어떻게 던져. 어떻게 깨버려. 그 생각만 해도 공기부터 달라지는데, 내쉬는 숨부터 달라지는데 어떻게 해. 어떻게 쉽게 과거로 치부해. 난 못해. 못하겠어.


위로는 고마워. 생각해서 한 말이라는 거 이해해. 정말 고마워. 근데 다 안다는 듯 말해놓고 유난 떨지 말라는 말 돌려하는 건 좀 미웠어. 위선은 좀 자제해줘. 위로를 가장한 인맥관리는 내가 생각하는 네 이미지에 좀 나쁠 것 같아. 그냥 지켜봐 줘. 아, 아니다. 지켜보지도 말아줘. 나는 네 시선 신경 쓰느라 앓지도 못할 게 뻔하니까.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할 테니까. 네 눈치를 볼 테니까. 그냥 눈 돌려줘. 가엾어하지도 말고, 위로하지도 말고, 싫어하지도 말고 그냥, 신경 쓰지 말아 줘. 같이 아파해달라고 슬퍼해달라고, 같이 힘들어하자고 보채지 않을게.


그러니까 듣기 싫은 내 이별 얘기, 다 듣지도 않을 거면서 억지로 꺼내게 하지 않아도 돼.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서 나는 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야. 나를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만 하니까. 이만하면 됐다고, 이제 잊으라느니 다 버리라느니 하는 얘기 하지 않아도 돼. 나를 걱정하는 일을 그만뒀으면 좋겠어. 억지로 위로하지 않아도 돼. 잊든 안 잊든 내 몫으로 남겨 줘. 버티든 버리든 내가 알아서 할게.


넌 그냥 네 일을 해. 난 내 일을 할게.

그러면 나도 괜찮아질 거야. 언젠가는.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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