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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Mar 31. 2016

적월(赤月)의 새벽

핏빛의 달빛이여

붉은 달



새벽은 널 노래할 혓바닥을 잘라내고,

널 붙잡을 손가락은 마디마디 뭉개놓고,

너에게 향할 다리를 분쇄시킨다.


나는 널 부를 수도, 너에게 갈 수도 없이 나라는 형체를 잃고 온 몸 이곳저곳이 동강난 채로 죽고 말겠지.


어둠은 내 마지막 핏자국도 지워버, 새벽에게 날 죽이라 청부한 너는 내게서 멀리 도망가는구나.


새벽을 당해낼 힘이 없는 나는 싸늘한 주검이 될 테다. 확인하고 안도하여라. 그나마 있던 연정도 식어버릴 수 있게 냉소를 내 가슴에 꽂아라. 네 이름 석 자 새겨진 손바닥을 잘라내 불태워도 좋다.


하지만 내 영혼은 네 곁을 떠돌 것이다.

악몽에 시달려도 달게 견뎌라.



적월(赤月),

핏빛 달빛이 비로소  머리맡 허공을 물들이리라.








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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