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랩소디가 간절해. 세레나데는 간질거리기만 해서 취향에 맞지 않으니 이게 좋겠어.
'Croatian Rhapsody'
이 웅장한 서사를 당신이 연주해줘.
나는 악보 속에 있을래. 당신 손에서 한 바탕 음표들의 소동이 일면 나는 중간중간 쉼표가 되어 그들의 난동을 중재하는 중재자가 되었다가, 음표들을 한 데 묶어 셋잇단음표를 만들어 소란의 한가운데 서기도 할 거야. 지루한 음표들에겐 스타카토가 되어 음표들의 꼬리를 잘라버리기도 하며, 샵과 플랫을 쥐고 그들의 포효를 반음씩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놀 거야.
메롱, 나는 당신 모르게 악보 속에 숨어 있을 거야. 엉망이 된 악보를 눈치챈 당신이 날 찾아 건반에 올려놓은 당신 손등 위로 꺼내주면 좋겠어. 연주하는 동안 당신 손등을 미끄럼틀 삼고 어린 애처럼 뛰놀고 싶어. 그리고 당신이 연주를 끝내고 피아노 앞을 떠날 때 이 난동을 피우고도 신나서 날뛰는 나에게 혼이라도 내줬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내 말은, 음자리 하나 하나를 쫓다 찌푸린 미간 사이 주름마저 사랑스런 당신과 이 악보 위 어딘가에 숨어있을 내가 한바탕 신나는 숨바꼭질을 해 보잔 말이야.
지금은 당신이 술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ㅡ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ㅡ 하나 둘 셋
아마 당신은 나를 쉬이 찾을 수 있을 걸? 당신 손 끝에 닿기도 전에 수줍어진 내가 머리카락 한 올을 악보 첫머리에다 흘려놓을지도 모를 일이니.
그러니 당신, 연주에 너무 심취해 눈 감지 말아줘. 이 정신없는 악보 틈에서도 날 절대 놓치지 말아줘.
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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