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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Mar 29. 2017

나를 미워하는 인간에게

나는 사람을 싫어한다. 하지만 나와 무관한 수많은 사람들까지 다 증오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다 증오하기 위해 그들을 지켜보거나 그에 준하는 행위를 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니까. 그저 나를 스친 사람들이면 나도 그들을 스쳐가고 기억하지 못한다.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내 증오 대상은 내가 모르는 나를 지어내고 내가 아닌 나를 내가 되게 만들고 결국 나를 수없이 재창조하고 오해하고 와전하는 사람들. 나를 나인 채로 있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 그들은 나를 너무 잘 안다고 말한다. 그들 입에서 나오는 내 모습은 종종 그들 자신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물면 이것을 더러 묵인이라 말하는, 인정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지는 한참 됐고, 혐오스럽지도 않다. 사과 따위도 같잖다. 아예 그들의 오해가 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나를 오해하고, 나를 재단하다 결국 나와 완벽하게 멀어지길 바랄 뿐이다.


난 당신들이 불쌍하지도 않아. 당신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나와 티격태격하며 잘 지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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