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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Jun 08. 2016

나의 작은 단상,

매일 밤, 불면의 편린

Lavender tea-light candle  (2016)


하나, 침대머리에 세워둔 탁상시계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내가 공든 탑을 어찌 지키랴.


둘, 안전은 안전지대 속에서만 안전히 지켜지고, 세상 사람들은 옷깃에 바람만 스쳐도 날을 세운다.


셋, '-답다'는 단어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기 쉽다. '-답지 못하다' 역시. 다운 것과 답지 못한 것은 대체 누가 정하나.


넷. 객관 역시 주관의 합의로 이루어진다. 자신의 주관을 객관적이라 말하지 말라. 주관은 그저 주관이다. 객관은 제3자의 주관을 말한다. 자신은 자신으로부터 제3자가 될 수 없다.


다섯, 삶은 사는 것인가 죽어가는 것인가. 사는 것과 죽어가는 것은 동일한가.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한 발씩 걸치고 서있다. 요단강은 멀지 않은 곳에 늘 존재하고, 삶은 나의 한쪽 엉덩이를 받치고 있다. 그러나 삶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달걀 노른자 같다. 그런 나의 삶은 매일이 위태롭기 그지없다.


여섯, 모서리와 모서리도 맞닿으면 각도라든가, 입체라든가, 꼭짓점 따위를 만들어낸다. 그럼 나의 혈관과 피부조직이 닿은 곳에서는 스파크라도 튀어야 살 맛이 나지 않을까.


일곱, 절망과 희망, 행복과 슬픔, 불행과 행운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나뉘는 일란성 쌍생아나 다름없다.


여덟, 비명을 지르고 도망가는 행복의 눈빛과 환호의 절명을 눈치챈 나의 울음까지 네가 다 삼켜버렸다지, 이 대단한 우울아.








윤, 그리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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