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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눈, 3년의 주기로 바뀌는 시장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

by 이원희
줄눈, 모두 같은 자재를 쓰던 시절



줄눈을 시작한 지 벌써 12년이 넘어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줄눈시장도, 입주시장도 많이 변했다.


처음 줄눈을 시작할 때는

"줄눈이 뭐예요?"라는 질문과 함께

기능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고

내가 시공을 잘한다고 고객에게 어필해야 했다.


업체들은 다 똑같은 자재로 시공을 했고,

회사와 나를 예쁘게 포장해서 진열대에 올린다. 맘에 드는 업체를 픽업하는 건 고객들의 몫이었다.


마케팅을 눈에 띄게 잘하고

신뢰감을 주는 말솜씨와

번듯한 옷차림은 우리의 필수 장비였고, 영업력이었다.


줄눈시장은 80%는 영업력이었고, 10%는 정보력, 10%는 기술이었다.

그 시절 우리는 늘 정보를 모으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눈이 부릅뜨고 현장을 찾아 헤매기도 했고

학연, 지연 모두 찾아 어디든 깃발을 꽂기 위해 안감힘을 다했다.







줄눈과 주방 상판을 같이 하던 시절, 새로운 UV코팅을 처음으로 시작하다.



내가 줄눈을 하던 시절에는 줄눈시공과 주방 상판을 연마하거나 코팅을 같이 시공을 했었다. 내가 줄눈을 시작하고 3년 차쯤 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때 유행하고 있었던 유리막코팅이 시공 시 레벨링을 맞추기 어려웠던 점, 긴 경화시간 동안 나오는 하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줄눈자재가 모두 똑같다 보니 매일 어디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게 없는지 촉각을 곤두 세우며 찾았다.

그러다가 유리막코팅보다 내구성이 좋은 주방상판 UV코팅을 알게 되었다. 한걸음에 대구에서 광주까지 달려갔다. 지금은 대구-광주 고속도로가 생겨 편도 2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그때는 88 고속도로로 4시간-5시간 이동해야 하는 아주 먼 거리였다.


거울처럼 맨지르르하고 광택이 있는 미러형 상판코팅이 대세였기에 엠보모양과 화산석 패턴이 있는 UV코팅이 과연 입주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 역시도 처음 광주에서 상판을 보았을 때는 불호였다. 표면을 보고 확신이 서지 않았다. 반짝이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보던 것과는 너무 많이 달라 엄청 싸웠다. 우리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계속 고민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두 해 전 비슷한 코팅이 깨지거나 갈라지고, 갈변이 생기는 하자등 문제가 많아서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없어졌다. 처음엔 공업용을 사용해서 시공자에게도 좋지 않은 코팅제도 있었고, 고객도 업체들도 피해 보는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분노의 검색을 하다 우연히 보게 된 하이브리드 UV코팅 기술이 가구에도 사용된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벗겨지지 않는 코팅이라고 광고하는 것을 보았다. 가구에도 시트지보다는 UV코팅으로 바뀌는 추세였다. 주방상판이 아니라 이미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가구점을 돌아보았다. 식탁의 상판종류나 주방상판의 종류들이 굉장히 다양했다. 상판이 아니라 UV코팅에 관련된 '기술'에 정보를 모으다 보니 확신이 생겼다.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먹으며 먼 거리 마다하지 않고 움직였다. 기술이전 비용을 주고 광주를 가서 배웠다. 대구 총판도 함께 코팅제를 도매로 가지고 오면서 우리는 경북에서 처음으로 UV상판코팅을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전국에서 코팅제를 제일 많이 가져다가 팔았다. 그 후 3, 4년 동안 코팅업이 성장하면서 안된다라고 했던 대부분의 업체들도 UV코팅을 모두 시공을 시작했다. 이제 인조대리석에는 내구성이 좋은 UV코팅이 정석이 되었다.


그랬었다. 그때는 거의 대부분의 주방상판이 수지로 된 인조대리석이었고 흠집이나 오염에 취약했기에 강도 좋은 UV코팅이 적합했다. 그래서 UV코팅이 대세가 되었다. 빠른 시장 점유를 하면서 우리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때 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회사의 규모와 이미지가 내가 판매하는 상품의 이미지와 신뢰도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시간은 어김없이 3.4년이 지나면서 주방상판이 천연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자재의 트렌드가 고급스러운 것, 친환경 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하필 천연석에는 UV코팅이 맞지 않는다. UV코팅은 서서히 사그라들면서 다른 코팅으로 대체되고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이 계속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자재들도 바뀌고 있고 트렌드도 바뀌고 있으면서

자재에 맞는 다양한 기술들이 나오고 새로운 재품군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객들의 인식들이 바뀌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채널들이 생겨나면서

자재들이 얼마나 친환경 적인지, 내구성이 좋은지, 꼼꼼하게 따져 묻기 시작했다.


대략 3년, 4년이 주기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시공자인 우리는 자재들에 대한 공부도, 기술력의 향상을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스마트해져야 한다.



줄눈 시장도 여전히 변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 기술, 패턴…


그런데 나는,
이 변화 속에서 어디에 있어야 할까.


앞서 이끌어야 할까,
묵묵히 지켜봐야 할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할까.


다만 한 가지,

지금 나는 나의 자리를 계속 찾아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앞에서 이끌 것인가, 한발 뒤에서 지켜볼 것인가.

지금도 나는, 그 사이 어딘가를 고민하며 계속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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