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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가 생기면 어른이 되는건가

철든어른이 되고싶다.

by 이원희


요즘 세상은 참, 좋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클라우드에서 한 번씩 올라오는 7년 전 혹은 더 오래된 사진들이 있다고 알림이 온다.

그 안에 해맑은 아이들 어릴 적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나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다.


거울을 보다가 삐쭉 튀어나온 흰머리 하나를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아…. 나이 들어가는 건가,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다.


어린 시절엔 쉽게 넘길 수 없던 일들도, 격렬하게 싸울 법한 일도, 이제는 웃으며 넘긴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감정을 소모하지 않으려는 나를 보며

나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겹겹의 경험이 다듬어지며 모난 돌이 동그란 자갈이 되는 과정 아닐까.

나이가 들었다고 꼭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조금 더 부드럽게 세상을 대할 수 있는 내가 좋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 000이 할머니가 되었데.’


나의 마음은 아직도 20대이고,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을 만나면 그 시절 그대로의 마음인 것 같은데 지나가는 청년들이 나를 보았을 때는 영락없는 아줌마였구나! 자각하는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벌써 할머니 소리를 듣는 친구가 있다고? 새삼 나이 먹었다는 것에 실소가 나왔다.


이제 안과에서는 노안이라 정기적으로 녹내장 같은 질병에 대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안내를 받는 것을 보면 내가 나이가 들긴 했나 보다.

계속 난 나의 나이를 잊고 싶은 것처럼 까먹는다.


이제 정신 차리고, 그냥 어른 말고 철든 어른이 되자.

나의 삶을 더 책임감 있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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