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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 줄눈이 미쳤어요.

예쁜 말 주고받기

by 이원희 Jan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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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눈시공은 장시간 바닥에 쪼그려 앉아 시공을 해야 하는 고된 작업다. 그래서 덩치가 큰 남자들은 작업을 하다 보면 허리가 아프거나, 쪼그려 앉지 못해서 일을 못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도 힘이 좋으면 매지(백시멘트)를 제거하기 좋겠지만, 반대로 힘이 너무 좋으면 타일을 깨먹거나 흠집을 종종 내기 때문에 힘이 좋은 것 역시 장점이라고 할 수만은 없.


줄눈시공이 지금처럼 신축아파트 입주 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시공이 된 것은 예뻐고 생각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하니까~ 투박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백시멘트에 색을 입히고. 반짝거리니 10여 년 전만 해도 신세계였. 게다가 시공을 해놓으면  청소도 쉽고, 곰팡이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고 하니 런 시공이 어디 있 궁금해다. 그리고 모두 시공의뢰를 했었다. 


비싸게 타일을 교체하며 욕실을 전체 리모델링하는 비용보다, 저렴하면서 다양한 기능 있으며 인테리어 효과까지 본다고 하니 이사하면서 기분(?) 내기 좋은 인테리어 시공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10년 전은 색상이 실버, 골드, 브론디 3가지 중 타일과 비슷한 색상으로 내가 알아서 했었다. 지금은 브랜드별, 안료종류별 통상 18-25가지 색상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줄눈시공 전 타일에 맞춰 고객이 원하는 취향별 색상을 선택한다.


시공당일 고객이 타일에 샘플판을 대보며 상을 선택하는 미팅을 한다. 당연히 줄눈을 처음 해보는 고객은 고민 또 고민을 한다. 나는 매일 줄눈 시공 후 모습을 보기에 조금은 디테일하게 요목조목 설명을 해드리는데 이것이 고객감동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 빵꾸 난 팬티를 입고 있어도 잘 모른다. 아예 관심이 없다. 하지만 고객과 색상미팅을 할 때는 다르다. 무엇을 입고 있는지 네일의 색상, 신발, 가방 색상등을 한번 살펴보고 상담을 시작한다. 말투와 눈빛등을 보면 대략적인 성향들이 보이기 때문에 색상을 고객의 취향에 맞게 추천한다.


현관, 욕실, 베란다, 세탁실, 거실에 깔린 타일들이 색상, 사이즈, 종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적당하게 맞는 색상을 추천해야 한다. 욕실은 300*300각 논슬립 브라운색상이고, 베란다는 나무무늬가 있는 300*400각, 세탁실은 200*200각 무광의 딥그레이타일, 현관은 600*600각 진한 베이지그레이, 거실은 600*600각 밝은 베이지그레이. 타일색이 다르고 제각각이면 같은 색상이 좋다. 각자의 타일의 느낌 때문에 줄눈이 튀지 않으면서 각자 타일 고유의 느낌을 헤치지 않는다. 타일이 같으면 조명을 고려해 원하는 색상을 구간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에는 부부고객이었고 나이가 많은 애견을 키우고 있는 2인 가족이었다. 커플템 장착이 많은 거 보니 집이 신혼집인 듯했고, 무채색의 의상, 네일도 하지 않은 걸 보니 화사한 것보다는 좀 더 실용적이고 타일보다 튀지 않는 색상을 원하는 것 같았다.  한 시간 고민 끝에 고객이 만족할만한 색상을 골랐다. 이제  나의 긴긴 작업은 고객만족을 위해 시작되었다.


혼자서 끊임없이 리고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총 16시간을 작업했다. 작업량이 많아서 전일 두어 시간 밑작업을 40프로는 해두었기에  고된 작업은 틈은 완료된 상태였다. 통상 작업량이 많은 경우 동선은 색상별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고, 구간별 혹은 자재별로 구분하는데 이번엔 구간별로 구분해서 움직였다.


들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자신감 있게 고객에게 시공 완료 후 사진을 보냈다.

항상 이 시점 괜스레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선생님께 숙제를 제출하고 채점받고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어린아이처럼 살짝 긴장된다.


간혹 사진을 보내고 익일 '띠링~띠링~띠링~ ' 연속해서 5회 이상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릴 때면 뭐가 잘못되었나 싶어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이전에 시공완료 후 사진을 보내드렸는데 강아지가 밟아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녀서 줄눈이 엉망이 된 적이 있다. 고객은 고성으로 항의했으나 결국 그 집 가족 중 한 분이 키우는 강아지의 소행으로 밝혀져 일단락된 적도 있었다.


건설업 현장에 외국인들이 종종 있는데 시공직후 현관에 '줄눈 밟지 마에요'라고 기재를 해놓아도 그 글을 읽을 없으니  as를 하면서  밟고 다니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거나,

변기가 막혔다고 전화가 오거나, 타일이 깨진 것같

다, 물이 안 나온다, 벽지가 찍혔다는 등 아주 다양한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이미지로 오는 문자들은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생긴다.


이번엔 고객이 문자를 확인하고도 답변이 없었다. 통상 2-3일은 기다렸다가 입금도 되지 않으면 혹시나 문제가 있는지 확인차 연락을 한다. 그런데 고객이 답문도 없고 확인만 했다.


익일 문자가 날아왔다. 이미지와 함께...

긴장된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난 현장에서 꼼수를 부리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하며 문자를 확인했다.


"이사님~  줄눈 너무 예뻐요. 미쳤어요! 입금완료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후~  감사합니."


타일 깨짐 하자가 있어서 사전고지를 했었는데 as팀에서 감쪽같이 수리를 하고 갔고, 줄눈부위 손상이 없어서 추가 보수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이미지와 감사 문자를 보낸 거였다.


'에휴.  내가 봐도 그 집 시공은 너무 예쁘게 잘됐는데. 괜히 았네~"   너털웃음이 나왔다.


일할 때 느끼는 보람은,

내가 시공하고 내가 만족스러울 때,

적당한 보상이 따를 때,

고객이 맘에 든다고 최고라고 엄지 척해줄 때이다.


고객은 시공하고 기분이 좋으려면

돈값 제대로 된 시공을 받고

시공 후의 첫 모습이 예뻐야 한다.


사람 마음이 단순해서

안 예뻐도 예쁘다고 해주고.

곱고 다정한 말로 인정해 줄 때

힘이 고 기분이 좋다.


인간의 마음은 모두 이기적이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그럼 우리의 인간관계가 더 좋아지려면

네가 듣고 싶은 말을 내가 주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네가 해주 

모든 관계는 좋아진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으니까 혹여라도 나의 실수나오면 내가 듣고 싶은 말로 하고, 네가 듣고 싶은 말로 대답한다.


 "시공이 너무 예쁜데, 혹시 요기는 왜 그런 걸까요?"

 "아차차.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


난 나의 시공이 예쁘다는 말과

넌 내가 즉각 처리한다는 말이 듣고 싶을 테니까.


우리 새해에는 예쁜 말만 주고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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