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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사람, 여자사람, 그리고 양아치

나의 가치는 성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by 이원희

줄눈이던 입주시장의 어떤 품목이던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들과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유독 남자답지 않고 여자라고 대놓고 무시하거나, 허세 많고, 건방지고, 싸가지도 없는 놈들이 있다.


참, 세상에는 다양한 남자사람, 여자사람 그리고 양아치가 존재한다.


한 번은 곧 입주하는 좋은 현장에 행사를 끼워주겠다고 하며 어느 사장님이 접근했다. 큰 현장에 끼워주겠다며 거들먹거리고, 말끝마다 욕을 하는 모습이 날것의 양아치처럼 보였다. 안 엮이는 게 최선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일 때문에 같이 한 현장을 해야만 했다. 그때부터 그의 태도는 점점 더 불쾌해졌다. 박람회장 자리도 좋은 자리를 내주겠다며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본인자리는 우선순위로 선점했다. 술도 여기저기 얻어먹고 다니며 생긴 대로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본인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남의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파트 현장 주차장에서 만났는데, 제일 존중해야 할 부인에게 막말을 하며 큰소리로 싸우고 있었다. 본인의 짜증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퍼부어대는 그 사람을 보며 나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그 순간, 그 사람에게 한 대 시원하게 갈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남의 일에 껴들지 말자 싶어 그냥 꾹 참고 왔지만 만약 내가 하루만 남자가 된다면, 그런 댕댕이보다 못한 새끼를 한 대 시원하게 때려주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은 3D 현장직인 줄눈 작업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남성 비율은 90%, 여성은 10%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주목받기 쉽다. 물론 그 덕에 가끔은 '이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혼자서 하고 있나?'라는 의심의 눈빛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는 속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능력보다는 성별이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라서 좋고 여자라서 좋은 점은 없다. 나의 일에서 중요한 건 기공과 데모도의 차이일 뿐, 성별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별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나의 페이든 일하는 업무양이 어느 남자 기공과도 차이가 없다. 다만, 나와 남자 기공의 영업력은 다르다. 그 점에서는 오히려 여자가 유리할 때도 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 시대에 성별이 중요한가?성별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실력과 노력이다. 남자라고 무조건 우월한 것도 없고, 여자라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 여기서 남자. 여자를 나누는 것 조차 무의미하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미리 아시고, 서로 이해하고 돕고 살아갈 수 있게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서 사람을 만드셨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사람 사이의 관계다. 사람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그 존재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한 일 아닐까? 성별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의 능력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성별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각자의 고유한 능력과 개성을 존중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내가 가진 기술과 경험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가치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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