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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돈의 조건

by 이원희


참, 이상하다. 사람이 3명 이상 모이는 곳에서는 늘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가십거리를 만들어 낸다. 소문을 만드는 그들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때가 많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을 인용하며 근거 없는 소문을 진실처럼 포장하여 만들어낸다. 그렇게 발 없는 말들은 사람들 사이를 둥둥 떠다닌다. 박람회장소에서는 누군가의 노력 끝의 성공이 시기의 대상이 되곤 한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소문이 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은 돈 때문이다. 하필이면 내가 현장에서 그들보다 눈에 띄는 여자사람이고, 예약을 많이 받아서 얄미운 건가 싶다. 누군가는 나를 흠집 내면서 돌려 묻기도 한다. '너 이번에 최저가 안 지키고 예약 많이 받았다며?' 이제 '아니요'라고 대답하기도 입 아프다. 돈이 중심이 된 관계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게 곱지 못하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고 하는데 박람회를 진행하는 기획사의 직원들은 아닌 것 같이 목이 뻣뻣하다. 그들 덕에 우리가 돈을 벌고 있다는 확실한 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무례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얼마 전 신축아파트 입주박람회 행사가 3일간 있었다. 박람회 장소는 이제 막 지어진 건물의 주차장이었다. 컨벤션 같은 건물이 없는 소도시다 보니 장소가 협소했다. 어둡고, 매연과 맞바람이 뒤섞여 추위가 더 느껴지는 곳이었다. 행사 시작 전 기획사 직원은 '차 빼세요!' 라며 차량을 옮기라는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고객들이 주차를 할 곳이 없으면 안 되니까 하며 이해를 하려고 해도 말투가 너무 거칠어서 순간 '어떻게 저런 말투를 쓰는 거지? 야! 너 몇 살이야!'라는 말이 올라올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똑같은 사람 될 거 없잖아? 저런 매너 없는 인간 때문에 행사를 망쳐봐야 내 손해니까, 감정에 휩쓸리지 말자라는 생각에 말 한마디 안 하고 꾹꾹 참았다.


돈이 원인이 된 갈등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행사장에서 무례한 태도를 참은 것도, 결국 박람회에 돈을 내고 참여한 내 이익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동료 관계에서도 반복된다. 갑작스럽게 떠난 동생의 일도 그랬다. 그는 떠나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일을 갑자기 그만뒀고, 뒤늦게 다른 곳에서 몰래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는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떠났을까?


그들은 왜 그러는 거야? 매너 있게 굴면 안 되는 건가?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건 맞는 건데, 말을 하고 떠나도 떠났어야 했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탄 듯 그렇게 얼렁뚱땅 그만두더니. 저기 뒤에서 소문만 무성하게 들려온다. '어떻게 남자들이 의리가 더없어?' 돈 때문에 뒤통수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줄눈 기술을 배우던 그녀도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언제쯤 사장님처럼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나는 '기본을 갖춘 후 영업까지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술을 다 배우기도 전에 서둘러 떠나버렸다. 그녀는 기술도 다 배우지도 못했으면서 어리석게도 앞에 보이는 것만 보았다. 그렇게 달아나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싶다. 나는 10년을 하면서도 지금도 이렇게 하고 있는데 그건 보이지 않는가 보다.


나는 그녀에게도 돈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과 신뢰라고 조언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함께 한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나 신뢰가 없었던 모양이다. 혹은 당장의 돈만 보고 기본을 쌓기도 전에 떠나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와 쌓아가고 있던 신뢰를 도중에 포기했다.


돈은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편안하게 해 주고, 마음의 여유를 준다. 물론 돈이 없다고 해서 우리가 불행하다는 의미와 직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혹은 우리 가족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무조건 돈을 생성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우리는 힘들어진다. 기본적인 의식주에서부터 제약이 따르게 되고, 그 제약에서 오는 사람의 피폐함은 모든 일들이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 맞춰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돈 때문에 환경이 달라지고 교육의 질이 달라지고, 사람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갑자기 떠나간 동생도 그곳에 가면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갔을 것이다. 그들은 돈으로 동생의 마음을 사갔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고급레스토랑을 가면 아주 친절하다. 고급레스토랑의 쾌적함과 직원의 친절을 비싸게 돈으로 지불하고 그만큼의 대우를 산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돈 아닌가?


돈이 많으면 사람의 마음이나 친절까지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하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돈으로 행복이나 성공을 살 수도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돈은 기본 필요조건으로 가지고 간다면,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 필요한 것이 돈 뿐이던가?

나는 돈과 신뢰가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어도 신뢰가 있으면 참고 견디며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돈 한 푼 없이 창업해서 함께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벤처사업가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들어보지 않았는가? 똘똘 뭉쳐서 그들의 어려웠던 시절들의 무용담을 들어보면 돈과 신뢰를 다 갖고 있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대기업에 취업을 하려고 하는 것도, 회사에 대한 복지나 급여대우등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입사하라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부부사이에 신뢰가 두터울 때 무너지는 경우는 없다. 돈이 없어서 매번 힘들다고 싸우다가도 신뢰가 있으면 서로 의지하며 어려운 날을 함께 버텨낸다. 하지만 돈이 있어도 배우자의 신뢰가 없다면 우리는 버틸 수 없어 이혼을 선택하곤 한다.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살 아갈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혼자서는 잘 살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모든 것을 상생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조차도 원두를 만드는 사람, 커피로 추출하는 사람, 유통하는 사람등 다양한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편하게 맛있는 커피를 돈 주고 사 먹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이렇게 무한대의 연결고리가 있다. 돈이 있어야 커피를 사 먹을 수 있지만, 돈이 있어도 커피를 생성부터 제조까지 모든 것을 내가 관여할 수 없다. 돈만으로 내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돈만 보고 떠나간 동생은 그곳에서 돈을 잘 벌고 있을까, 돈으로 그 친구의 마음을 사갈 수는 있었겠지만 돈이 안되면 그 친구를 버리고 다시 다른 이의 마음을 살 것이다. 그렇게 이기적이게 돈만 바라본다면 인생이 피폐해지기만 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돈이 주는 유혹은 달콤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삶을 평안하게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알아가야 한다. 나도 너도, 우리들 모두가 돈만 쫒아서 뛰어가다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돈이 많아 여유가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자신감이든 자존감이든 사랑하는 마음이든 신뢰든 우리는 만들어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신뢰 안에서의 가족과 친구들과 동료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며 웃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돈은 신뢰와 함께 있을 때 빛난다.
다만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는 꼭 돈이 필요한 것은 맞다. 나는 계속해서 돈을 잘 벌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돈만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신뢰도 함께 쌓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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