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나있다
2월 첫날부터 나는 여행 중이다. 여행의 목적지는 '자기발견'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자기도 모르고 있던 자기의 능력 따위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한다.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각자 다양하겠지만 나는 능력 따위보다 현실과 세상이 만들어 둔 시선의 틀에 스스로를 가두고 이것이 '나'라고 착각하며 살진 않았나 돌아보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로 살고 있는 걸까, 잊고 살았던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자기발견의 준비물은 '용기와 기록'이다. 오롯이 '자기'를 향한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용기가 필요하고 그것을 글로 적어야 한다. 10일 동안 혼자라면 묻지도 않았을, 그리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글로 적다 보니 나를 찾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진 기분이다.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접어 둔 과거의 나와(I'm so sorry but I love you) 그리고 내면 아이에겐 해방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가면을 쓰는 것은 자유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가면과 연기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가면 속의 나를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그냥 문 닫고 가둬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Into the unknown으로 가야 한다. 우리가 따라갈 노랫소리는 내 안에 있다. 그것을 기록으로 꺼내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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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간 무엇이 달라졌는지 무엇을 했는지 다시 돌이켜보았다.
첫날 촛불 하나를 켜고 나의 내면과 과거를 비춰보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내가 둘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킨 세 가지 전환점도 생각해보았다. 영화사의 전환점이 될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관왕을 한 '기생충' 또 보고 싶다. 과거의 나를 마주하며 오글거릴 때도 있었다. 육신이 지쳐도 생각하고 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또 나를 마주할 용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번 주는 2020년의 일곱 번째 주이자, 한 해가 약 1/7이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옛날 일도 구구절절 적고 보니 나름 대견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자기발견은 열 명의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 우리 자기들의 글을 보며 함께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위로도 하고 응원도 했다. 오늘이면 우리는 100개의 글을 쓸 것이다.
촛불은 하나지만 유리에 비추면 수백 개처럼 보이기도 한다. 꽉 찬 10일이었다. 제목에 '혼자가 아닌 나'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내가 있다는 것과 자기발견을 향한 여행 길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10일 동안 내 머릿속에서 점점 더 선명해지는 두 글자는 '사람과 사랑'이다. 사람을 사랑해라. 사람은 나도, 주변 사람도 모두 포함된다. 대부분의 상처는 사람과 사랑 때문이다. 내가 전에 아팠다고 사람과 사랑을 두려워하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발견'을 시작한 분들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 있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내일부터 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나중은 없다. 내가 작년 말에 한창 빠져들었던 노래로 오늘 여행을 마무리하겠다.
한 평생이 오늘까지면
발길을 돌릴 곳이 있나요
멋쩍다는 이유로 미루었던 사랑해란 말을
너에게 건네줘 right now
남의 눈에 좋은 사람이기 전에
나 자신한테 먼저 화해를 청해
어렵다는 거 모두가 알아
이번이 처음 살아 보는 거잖아
<사람 - ZI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