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턴이었고, 그분은 회사내에서 넘버 3~4정도 되는 실장님이었다. 회사에 4개 부서가 있었는데 그 실장님네는 항상 거의 칼퇴였고 퇴근 시간도 제일 빨랐다. 다른 팀이었던 나는 그 실장님과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 팀을 부러워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다른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회식 강제 참석 등이 있으면 애들한테 부담주지 말라고, 하지말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분이셨다. 그리고 가끔 왜 하는지 모르겠는 전체회의를 할 때에도 당당히 안 들어가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면 오셔서 책을 읽으셨다.
그 팀에 있던 친구 덕분에 팀 회식에 같이 참석하게됐고 그 뒤로 일면식을 조금씩 쌓아갔다. 회식 분위기도 여태껏 내가 참석했던 회식 중에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회식같지 않았다. 팀원들의 나이대도 직급도 다 달랐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리더에 따라 팀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처음 느꼈다. 그 팀은 회식뿐만 아니라 사무실 분위기도 달랐다. 가장 안쪽에 있는 실장님 자리로 다들 스스럼 없이 가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같은 팀도 아니었지만 지나가다 가끔 부담없이 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책을 좋아하셔서 자리에 가면 늘 책이 아래 사진처럼 쌓여있었다. 나도 책을 좋아한다고 하니 가끔 선물도 해주시고 읽은 책 얘기도 해주셨다.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세대차이나 라떼 얘긴 전혀 없고 오히려 물어봐야 예전이야기가 나올까 말까였다. 우리한테 질문을 많이 하시고 잘 들어주는 분이셨다. 요즘 애들은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그 팀에서 힘든 일은 없는지 다른 팀의 실장님이 물어보셨다. 그분이 포퓰리즘이나 단순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아니다. 사회엔 좋은 사람인척만하는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이 일을 안해봐서 아쉽긴 하지만 그 팀이었다면 그 곳을 계속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직장을 옮기고 정말 많은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 분 같은 분은 단 한분도 만나지 못했다. 물론 다른 면으로 좋은 분들은 많이 만났다. 그래도 급한 일이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누구라도 잠시 여유나 이성을 잃게 된다. 이 실장님처럼 늘 여유가 있고 남는 시간에 독서를 하는 분은 없었다. 나도 나중에 이런 리더가 되고 싶다.
그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많지만 대부분은 그 실장님과 연락을 한다. 나도 그렇다. 바쁘신데도 왠만한 경조사에는 다 오신다. 오랜만에 만나거나 연락을 드려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다. 누구와는 편의점에서 우유하나 놓고 몇시간을 얘기했다고 한다. 요근래에는 그쪽에 갈 일이 없어 잘 찾아뵙지 못해 연락드렸더니 '꼭 연락줘'라고 하시거나 '꼭 들려' 라고 하신다. 나와는 거의 20살정도 나지만 나는 그 나이차를 잘 못느끼겠다. 내 동료들도 그렇게 느낀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비언어적 표현이 있다. 사람은 몸으로도 대화를 한다. 뿜어지는 아우라가 있다. 그 기저에는 자존감이 있다. 이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지, 낮은지 우리는 대충 느낄 수 있다. 여태까지 나는 자존감이 높고 낮음이, 오만이나 소심함과는 다르지만 정확하게 이렇다고 설명하진 못했다.
삶의 도전에 직면했을 때 필요한 기본적인 자신감인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자신이 행복을 누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기 존중(self-respect)'
자기효능감은 자기 정신에 대한 믿음이자 자신의 생각, 이해, 학습, 선택, 결정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또 자신의 이익과 욕구에 속하는 현실적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고 자기 신뢰이다.
자기 존중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뜻한다. 자신에게 살아갈 권리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 자신의 생각과 욕구와 필요를 적절히 주장하는 데서 얻는 위안, 그리고 기쁨과 성취감을 누리는 것이 자신의 타고난 권리라는 느낌이 여기에 포함된다.
자기효능감은 '과정'에 대한 믿음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성공을 기대하는 내적 경향을 말한다.
자기존중은 자신의 정신 활동에 대한 만족감의 어떤 측면을 보여준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이 책에서 저자는 자존감의 두 기둥을 <자기 효능감>과 <자기 존중>이라고 설명한다. 자존감은 자신감이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비언어적 표현이나 감정은 타인에게도 옮고 영향을 준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결국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닮고 싶은 리더는 자존감도 높은 분이셨다. 그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이유였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비언어적 표현으로 영향을 주었을지 돌아보게 했다. 앞으로 자존감과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나와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좋은 표현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Respect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