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을까
생각은 휘발성이 강하다. 나는 분명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생각만 하고, 적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니 생각한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5년은 약 1,826일이다. 만약에 내가 5년 전부터 감사한 일을 매일 1개씩 적고, 일주일에 책 한 권씩 읽고, 영어 한 문장씩 외웠다면 어땠을까? 감사한 일이 1,800개는 넘었을 테고, 책은 250권 넘게 읽었을 것이고, 영어 문장도 1,800개 이상을 외웠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만약이란 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가 싸이의 '어땠을까'인데 이 노래 가사를 떠올려보니 5년 전을 생각하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왜 그랬을까? 그땐 자기 존중과 자기 효능감이 뭔지 몰랐다. 내가 그때 이 책을 잡았더라면 나는 더 빨리 행복해졌을까?>
무의식적으로 사는 사람이 받는 벌칙 중 하나는 자기가 의식적으로 검토하거나 선택한 적이 없고 스스로를 쓸모없게 만드는 일에 봉사하면서 보람 없는 삶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내가 처음 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든 생각이다. 내가 지금 힘든 것은 과거의 나의 선택들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힘든 일들이 벌칙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어느 회사의 직원이 되는 것이 꿈은 아니었는데 당장 먹고 살 방법은 이것밖에 모르겠고, 이것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보면 취업난이 심한 때에 직장을 구한 것도,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은 어떻게든 해냈기에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스스로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하고, 현실이 싫으면 몇 년 뒤를 내다보며 준비했어야 했는데 나는 불평만 하며 현실에 감사하지도 않고, 내 과거를 용서하지도 못하고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아케이드 게임을 좋아했다. 크레이지아케이드나 카트라이더 같은 게임을 친구들과 즐겨했다. 게임을 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게임오버를 봤다. 그래도 계속했다. 게임을 하는 것도 재밌고 레벨 업하는 재미도 있어 계속했었다. 이기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졌다가 이겼다가를 반복한다. 게임을 할 땐 져도 이길 때까지 했으면서 실전에선 그렇게 하지 못했다.
현실에서 게임오버를 본 것도 아닌데 재도전을 하지 못한 이유는 결국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진짜 동기나 과거의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중에 이직 기회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야 하는 부담과 하던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가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가지 않았다. 점점 도전은 어려워졌다. 다른 공부는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룬 것이고, 이대로도 크게 무리가 없으니 무의식적으로 안주해버린 것이다.
이성은 감성의 노예다. 그래서 알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자존감이 낮은 이유란 것을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어려워도 나의 실수, 선택,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하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내가 인정받길 원한다면 다른 사람도 인정해야 하듯, 내가 받아들이기 싫은 나의 모습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과거의 실수들은 거의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5년 뒤엔 이런 후회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를 책임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의 실수를 제대로 바라보고 반성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포기해야 할 때인지 그릿을 발휘해야 할 때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생겼다. 포기냐 그릿이냐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지만 포기할 때는 대안이 있을 때다. 그냥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하겠다거나 하기 싫을 때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것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선택함으로써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때, 의미 있고 이유 있는 포기가 된다. 그냥 하는 포기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변한다. 우리의 에너지와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그릿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있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투자를 예로 들면 투자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돈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모든 투자 종목을 전부 선택할 수 없다. 내가 잘할 수 있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투자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을 때 다른 분야를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는 그럴 때 하는 것이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책에서 인생의 정답은 없고, 내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포기도 정답이 될 수 있지만 정당한 이유 없는 포기는 정답으로 만들기 어렵다. 어떻게 정답을 만들 것인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