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미니멀
뭐든 아껴야 산다. 돈도 아껴야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고, 말도 아껴야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다. 그래야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그만 먹어야 한다. 요즘처럼 먹을 것도 먹일 기회도 넘쳐나는 시대에는 아껴 먹어야 오래 산다.
요즘 들어 코로나로 미뤄왔던 회의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업무적 회의나 사적인 만남들도 재개하고 있다.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몇 가지 반성할 일이 생겼다. 회의 참석 시 준비가 부족해서 해야 할 말을 못 해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고,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후회가 남은 적도 있었다.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말한 것의 2배로 듣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나는 남의 말을 끊을 때가 있고, 대부분의 대화에 참여하는 편이다. 내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상황과 사람에 따라 말이 없는 편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대화를 할 때 꼭 모든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실 직접 나누는 대화가 아니더라도 업무용 메신저나 카카오톡, SNS 등으로 우리는 거의 매일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다. 나는 한 때 별명이 대답 자판기였고, 말로 지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내 딴에는 이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대답을 한 것뿐인데 억울한 맘이 들기도 했다.
나는 왜 미니멀하게 필요한 대화만 하지 않고 모든 대화나 메신저의 피처링에 참여하고 있을까, 이것도 자동화된 반응이므로 습관이다. 습관 체계인 [신호-행동-보상]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겠다.
[사람들이 대화를 한다 - 재밌어 보이므로 참여한다 -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한다]
대화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이 내가 기대한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의도치 않게 상대와 나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나는 말할 때 순발력이 좋은 편인데, 반대로 말하면 듣는 사람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순발력 있게 받아칠 때의 좋은 결과는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고 나쁜 결과는 상대의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혹시라도 기분 상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데 무시를 한다거나, 나한테만 질문을 했는데 대답을 하지 않는다거나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들과 나눈 대화나 비언어적 행동은 esc나 ctrl + z 를 눌러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늘 신중해야 한다. 앞으로는 공적인 자리에 참석해야 할 때는 할 말을 최대한 준비하고, 사적인 대화에서는 말을 줄여봐야겠다. 말도 미니멀하게 후회할 일도 미니멀하게 만들자. 꼭 해야 할 때만 하겠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고,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