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집을 나갈 때 보니 아파트 1층 카페에 촬영 장비들이 잔뜩 있었다. 주말에 인적이 드문 곳이라 가끔 촬영을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다. 두어시간 뒤 다시 들어올 때 카메라가 향한 곳을 보니 내가 아는 얼굴은 김수현이었다. 들어보니 최근 방영을 시작한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이었나 보다.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르는 연예인이었는데 사진을 보니 내가 본 사람들이었다. (다들 얼굴이 작더라)
어차피 계속 보고 있는다 해도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없다. 내 삶을 위한 정리가 더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말에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정리를 하러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옷장 정리를 시도했다. 전에도 정리를 했지만 1회성에 그쳤다. 정리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면 앞으로도 부담스럽고 하기 싫어질까 봐 너무 지치지 않게 조금씩 정리하고,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한 과거의 습관을 돌아보며, 그렇다고 과거의 나를 탓하지 말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내 방에 있는 옷 수납장은 장롱 3개, 6단 서랍 2개다. 그것도 모자라 방문에 행거도 있다. 행거에 있는 옷들은 가볍게 운동할 때 입거나 편하게 입는 옷을 두는 용도다. 보관하고 있는 모습이 외관상으로도 깔끔하지 않다. 우선 서랍장 2개와 문에 걸린 행거에 있는 옷들을 정리했다. 갖고 있는 옷들을 다 입지도 않는다. 뭐가 있는지 잘 모르기도 해서 비슷한 옷을 또 산적도 있다.
5개의 쇼핑백이 꽉 찰 정도로 버렸고, 방문에 걸려있던 행거는 치웠다. 베트남에서 샀던 모자는 현지에서 잘 쓰고 챙겨 오지 말 걸. 한 철 입고 못 입을 옷들은 진작 버릴 걸 그랬다.
미니멀 라이프를 만들어가는 중인데 쉽지 않다. 아직도 포기를 다 하지 못했고, 버릴 용기가 부족하다. 중고 판매나 나눔을 생각하다가도 그냥 대부분 폐기하는 이유가 귀찮음도 약간 있긴 하지만 올리려는 찰나의 순간 아 그래도 언제 쓸 것 같은데 하는 미련이 그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직 정리할 것들이 많아서 그냥 뒤도 안 돌아보고 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을 택했다. 버리고 나니 후련하다. 아직 남아있는 것들도 많지만 만족스러운 비움이었다.
이 속도로 정리하다가는 하루 종일 정리해도 부족할 것 같다. 아직은 그래도 새로 사는 속도보다 버리는 속도가 빠르다. 제대로 버리기 전까지 뭔가를 사기가 두렵다. 사실은 아직도 새로 산 것들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그래도 이렇게 정리해가면서 소유에 대한 나만의 가치관이 더 명확해지고 있다. 조금씩 미니멀 라이프와 가까워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