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이유
스마트폰이 생긴 지 10년 정도밖에 안됐는데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도 언젠가부터 눈뜨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하고, 밤에 자기 전까지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 스마트폰은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모두 활용하고 있어 사용 경계도 모호하다. 인류 역사를 24시간으로 본다면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초도 안되었을 텐데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도 아침에 핸드폰 알람으로 눈을 뜨고, 거의 바로 핸드폰부터 확인한다. 출퇴근길에도 보고, 업무 중에도 카톡으로 업무 얘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요즘에는 자제하고 있지만 자기 전까지도 핸드폰을 보다가 자는 경우가 많았다. 체감적으로 핸드폰이나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시간만 모아도 엄청날 것이고, 무언가에 집중하다가 카톡 하고 다시 집중하는데 쓰는 시간과 에너지도 무시하지 못할 양이다.
지난 주말에 바디 디톡스와 함께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했다. 바디 디톡스는 하루 이상 단식하는 것인데 카톡 할 에너지도 없을 것 같아서 한 번 같이 시도해봤다. 생각보다 내 안에 축적된 에너지가 많았는지 약 40시간 단식을 해도 기력이 딸리지는 않아 핸드폰을 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아이들의 핸드폰 중독 증세가 심하다곤 하지만, 어른들이라고 예외일까,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속 핸드폰을 들어다 놨다 했고 평소처럼 열어보고 싶었다. 핸드폰을 자주 보게 하는 건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가 아니라 나의 습관이었다.
와이파이만 꺼두고 내 시야에서 멀리 핸드폰을 떨어뜨려뒀다. 그리고 하루만 핸드폰이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새로 생긴듯한 시간에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었다. 평소에 핸드폰을 하며 보내는 시간을 모으면 못해도 3~4시간은 됐을 것 같다. 새로 생긴 시간에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정돈도 하고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시간도 가지며 진정한 휴식을 할 수 있었다.
쌓인 메시지들은 24시간 후에 확인하고 답해도 아무런 지장은 없었다. 내가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들이 많았다. 평소에는 왜 그렇게 칼 대답을 해야 한다고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일부러 잠수를 타거나 읽씹 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연락을 확인하고 바로바로 답장하려는 습관을 버리기로 했다. 그래도 어차피 몇 시간 이내로는 대답을 할 테니까. 하루에 몇 번 이내로 핸드폰 확인하는 시간을 정하고 더 이상 확인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평소 나도 남의 시간과 집중력을 빼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했다.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하니까.
스마트폰을 내 돈 주고 샀는데 스스로 이것에 종속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몸도 마음도 비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인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일이 진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일 것이다. 눈뜨자마자 무엇을 볼 것인가? 그것이 내 하루를, 내 삶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