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 라이프였다. 물건이 많아지면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새로운 수납장을 샀다. 지금도 수납장이 전부 꽉 차있고, 그 위에도 물건이 다 있는 상태다. 우선은 밖에 나와 있는 물건들부터 정리하고 있고, 앞으로는 수납장이 없어도 될 정도로 물건을 줄여 나가는 것이 목표다.
올해 목표를 세우다가 막연하게 미니멀 라이프를 적었다. 연초에는 격주에 한 번씩 정리를 하긴 했으나 이내 흐지부지 됐다. 정리할 것이 너무 많기도 했고 무작정 줄여나가려니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한 번에 다 내 다 버리고 정리하겠다는 것도 욕심이었다. 살아온 습관이 있는데 맥시멀 한 삶에서 어떻게 바로 다 버리겠는가
이번 '한달 미니멀'을 통해 내게 중요한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동료들과 함께 실천했다. 그리고 정리 범위를 좁혀 계획을 세웠다. 책상이라 해도 정리할 것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리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펜꽂이, 서랍 1칸, 잡동사니, 문구류 등 세분화해서 정리하고 있다.
30일 동안 눈에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모두 줄여나가는 즐거움을 느꼈다. 채움에서 오는 만족감이 아닌, 비움으로 인한 만족감이 더 컸다. 미니멀 라이프는 무조건 줄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소중한 것을 선택하며 집중하는 삶이다.
남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나, 나의 즉각적인 만족을 위한 식사 메뉴 선택이 아니라 내 건강에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음식을 먹기로 선택하고 있는 것, 무분별한 소비보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것들을 과감하게 비워낸 일, 모두 미니멀 라이프를 선택한 덕에 결정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뭐든지 다 증가한다. 기업은 생산을 늘리고 개인은 소비를 늘린다. 최근 쓰레기, 플라스틱 대란을 보며 아무리 재활용하고 분담금을 걷는다 해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절하게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 낫다. 빨대도 아픈 아들을 위해 엄마가 만들었던 것인데 이제는 안 아픈 사람들도 다 쓰고 있다.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는 빨대도 있지만 사람들이 사용을 줄이고 사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30일간 미니멀 라이프를 함께 실천하며 여러 경험을 공유해준 동료들 덕분에 배운 것도 많았고 또 후련함을 느끼는 동료들을 볼 때 나도 같이 기분 좋아졌다. 물건이든 감정이든 정리하면서 다들 점차 차분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 스스로 미니멀 라이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맥시멀은 아니다. 연말에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느껴질 것 같다. 요즘은 새로운 물건을 살 때보다 정리하고 버릴 때가 더 만족스럽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