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고 앉아있네> 8화. 슬럼프
슬럼프 기간이었다. 소설은 단 한 줄도 쓰지 않았고, 성실하지 않은 주제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어쩔줄 몰라 끙끙대기까지 했다. 가지가지했다. 글을 못 쓰는 것보다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고 싶었던 게 컸다. 나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커다란 구멍이 난 에너지 창고를 조금 채우면, 다시 힘을 내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면서.
1. 1박 2일 여수 여행
베스트프렌드를 억지로 이끌고, 1박 2일로 여수로 떠났다. 여수로 정한 건 다른 이유는 없었다.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떠나고 싶었고, 부산을 가기엔 고향인 울산과 너무 가까워 식상했다. 게다가 뭔가 부산 밤바다 보다는 여수 밤바다가 영감의 작은 불씨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러나 고향이 바닷가인 나는 낮바다든 밤바다든 큰 감흥이 없었고, (베프는 속초 사람이다) 대신 1박 2일 내내 '갓김치' 짠 줄을 모르고 퍼먹으며 기력을 회복했다. 갓김치, God김치!
2. 새로운 것 배우기 '킥복싱'
가까운 구민체육센터에 갔다. 킥복싱을 등록했고, 딱 세 번 갔다. 원래는 한 달 등록해서, 여섯 번은 갈 수 있었으나, 게으름과 타협했다. 허리가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다리를 들어올리는 운동을 하니 좀 시원했다. 니킥이라는 걸 처음 해봤는데, 오랜만에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와 즐거웠다. 친한 친구와 함께여서 더 즐거웠는데, 운동 그 자체보다는 운동으로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훨씬 더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마셨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요즘들어 이제 나이가 좀 많아졌구나, 싶은 때가 찾아와 마음이 심란할 때가 있는데 '나는 여전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얻는데엔 새로운 것 배우기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3. 반려동물에게 사랑 빌려오기
최근 반려견이 가족이 됐다. 이름은 김우주. 마음이 사포질을 한 것처럼 까끌까끌하고, 뭐에만 닿아도 따갑고 짜증이 솟구치는 날들이었는데, 반려견의 끝을 모르는 귀여움이 순식간에 마음을 보드랍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물론, 반려견 때문에 짜증이 솟구치는 때도 있지만. (아무데나 응가하기, 아무때나 놀아달라고 조르기, 아무거나 주워먹기, 앙칼지게 짖어서 고막에 피내기 등등.)
아무리해도 글쓰기 슬럼프엔 글 쓰는게 최고다.
다 울었으니, 이제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