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고 앉아있네> 9화. 책방스탭(1)
소설을 쓰지 않는 시간, 그러니까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파트타임!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엔 책방연희라는 작은 책방에서 스탭으로 일하고 있다.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일한다. 한 달을 일하면, 숨만 쉬어도 자연스럽게 나가는 월세에 조금 보탠다. 근무 시간이 짧아 수입은 많지 않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내게 책방 일은 돈 외의 의미가 여럿 있는 시간들이다.
나는 내향인인데 (그래서 소설을 쓰는 게 적성에 맞는 편인데) 책방에 앉아 있다가 손님이 들어오면, 말 걸면 안 될 것처럼 인상을 팍 쓰고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 그건 말을 걸지 않을까 하면서 귀를 쫑긋거리고 약간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작게 심장이 콩닥콩닥 뛸 때도 있다.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뭘 추천해주지 하면서. 대개는 책을 좋아하는 과묵한 손님들이어서, 말 걸지 않는 때가 많기에 나는 이 책방에 찾아온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평일 낮 시간, 이곳을 찾기까지 낯선 누군가의 하루를 떠올리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다. 내적 자아의 반가움 지수는 최대치. 본투비 내향인은 그렇게 책방을 지킨다.
때때로 저녁 시간을 활용해 모임이나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오직 글만 쓰며 보낸 시간들 속에서, 글을 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때가 많았다. 그 감정들, 고민들을 소소하게 나누는 모임이 대부분이다. 모든 모임, 클래스가 그렇듯 가장 큰 도움을 얻는 건 역시 내 쪽이다. 게을러 나를 채찍질 하지 못한 시간들을 보내고, 모임 진행자로 자리에 앉으면 죄책감이 든다. 다음엔 꼭 더 열심히 써서 당당히 사람들과 마주하고 싶은 기분이 든달까. 게다가 두세 시간 동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누군가와 인생을 뒤섞다보면 꽤 즐거운 기분이 든다. 그런 이야기들에 푹 빠져 있다보면, 인생은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변하지 않는 진실을 낯설게 마주하게 된다.
책방에 도착한 양질의 신간 도서들을 빨리 만나보는 시간도 좋다. 판매용 도서라 열독할 수는 없지만, 새로이 나온 도서들을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내 작품을 빨리 써야지, 얼른 책으로 만들어야지 하는 욕심이 샘솟는다.
하지만 책방에서의 시간들이 늘 좋은 일들로만 가득한 건 아니다. 킁킁. 어디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빌런 냄새…!
다음화에 툰과 글이 이어집니다.
Coming soon!